'온 디맨드' 차량, 기대와 달리 혼잡 초래
자율주행 시 혼잡 심화...에너지 사용량도↑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고 있는 방콕 도심의 어느 도로.(사진 픽사베이 제공)
극심한 교통 정체를 겪고 있는 방콕 도심의 어느 도로.(사진 픽사베이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유엔 경제사회국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73억명 인구 중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수백만명이 생활하는 대도시에서 원활한 출퇴근길은 국민 삶의 질과도 직결된 이슈다. 교통 시스템의 효율성이 사회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도 활용되는 이유다.  

교통 체증은 더 나아가 글로벌 기후 상승의 주범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32.3MtCO2 중 25%는 차량 내연기관의 연소에서 유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우버(Uber), 중국의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 같은 ‘이동의 부자유’와 환경 위기에서 각국의 대도시가 내놓은 해법이다. 필요할 때 앱으로 주문하는 ‘온 디맨드(On Demand)’ 모빌리티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한 차량을 이용하는 식으로 도로 교통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온 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MOD(Automated Mobility on Demand) 체제로까지 진화를 꾀하고 있다. AMOD 차량은 현재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시범 주행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지의 도시 규모와 교통 인프라 구조가 상이한데 온 디맨드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 반드시 도로 혼잡을 해결하리란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는 도심에서 공유 차량과 자전거가 뒤섞여 극심한 혼잡을 빚자 2025년까지 주요 도로의 차량 진입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 2017년 미국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온 디맨드 차량 도입 전인 2008년에 비해 워싱턴 D.C, 로스엔젤레스에서 각각 30%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는 온 디맨드 차량에서 자율주행을 하는 것만 다른 AMOD가 오히려 교통 혼잡을 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AMOD로 인해 도로에 온 디맨드 차량이 급증하면서 대중교통이 충당하던 교통량을 흡수해 효율이 떨어지고, 정작 타깃인 개인 차량 유동량은 적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MIT 지능형 교통시스템 연구소에서 내놓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미래를 위한 세계 도시 유형화 방법’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양상은 도시별로 정도의 차이가 컸다. 연구는 124개 국가 331개 도시를 ‘자동차 중심 확산 교통(Auto Sprawl)’, ‘자동차 혁신 도시(Auto Innovative)’, ‘대중교통 중심도시(Mass Transit Heavyweight)’ 등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서울은 이중 ‘대중교통 중심도시’에 해당한다. 

(사진 MIT 제공) 2019.11.16/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 교통 인프라 유형 분류(사진 위)와 유형별 교통 인프라 특징(사진 아래). 서울은 이중 ‘대중교통 중심도시(Mass Transit Heavyweight)’에 해당한다. (사진 MIT 지능형 교통시스템 연구소 제공) 2019.11.16/그린포스트코리아

'대중교통 중심도시'는 지하철 이용률과 경제발전 수준이 높고 인구 상승률은 낮으며, 도시 내 도로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서 예측 모델에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 중심도시는 AMOD 도입 시 개인 차량 이용량은 3% 감소한 반면 온 디맨드 차량은 무려 380% 증가해 전체 차량 유동량은 29%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혼잡도도 1.4에서 1.5로 오르는 반면 대중교통이나 카풀 이용량은 각각 10%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교통 흐름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도 서울과 같은 대중교통 중심도시에선 AMOD 도입 이후 5% 증가해 친환경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동력 사용량은 120% 증가한 반면 화석 연료에 의한 동력 사용량은 3% 줄어 내연기관차 저감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봤다. 

연구를 주도한 모쉐 벤 아키바 MIT 환경공학과 석좌교수는 AMOD 도입전략에 따라 교통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도 있고, 혼잡만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키바 교수는 지난 8일 2019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 컨퍼런스에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서비스들이 조율되지 못하면 ‘스파게티 면’처럼 꼬인 교통 혼잡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동 수단간 교통량 잠식 없이 시너지를 일으키려면 앱 하나로 전동킥보드, 차량, 지하철, 스쿠터 등을 연계해 언제든 환승할 수 있는 ‘MaaS’ 플랫폼을 정교하게 구축해 중복되는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2019.11.16/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8일 2019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쉐 벤 아키바 MIT 환경공학과 석좌교수.(이재형 기자) 2019.11.16/그린포스트코리아

아키바 교수는 이어서 온 디멘드 차량의 유입에 따른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지만 자율주행버스와 같이 AMOD로 대중 교통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혼잡을 일부 경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MaaS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빌리티가 연결되면 적절하게 통행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해 AMOD 대중교통에 수요를 집중시키는 등의 교통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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