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디스커버리베이 해변가에 앉아 잭콕을 마시며 바라보는 홍콩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는 아름다웠다. 그곳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도, 비싼 입장료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곳에 털썩 앉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바라보면 그만이었다. 

홍콩을 간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곳이었지만, 한동안 다시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맛집을 찾아다녔던 센트럴 지역도 마찬가지다. 홍콩 시민들이 베이징을 상대로 벌이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야시장이 자리한 몽콕에서도,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에서도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은 베이징을 뒷배로 두고 있는 홍콩 행정부와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외교부는 15일 최근 홍콩 시위와 관련해 한국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홍콩 전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깨진 벽돌이 굴러다니는 시위 현장의 모습은 생생하게 전 세계로 전해진다. 홍콩 시민들이 목숨걸고 투쟁하는 현장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중국 군대 투입 시점이 언제일지, 이번 시위로 홍콩이 입은 경제적 손실이 얼만큼일지 같은 지점에 머물러있다.

홍콩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줄었고, 홍콩 디즈니랜드 수익은 급락했고, 호텔 객실 점유율은 크게 감소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상황이 나빠지면 한국 수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전망도 나왔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시민불편과 경제손실을 거론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경제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경제에만 매몰돼 다른 가치를 저버리는 상황은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1980년 5월 광주를 취재한 외신기자가 기사 제목을 “광주 시위 직격탄…호텔 공실 수두룩”이라고 뽑았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기사를 봤다면 광주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됐을까.

홍콩 디즈니랜드도, 센트럴에 있는 맛집들도 아쉽지만 나중에 또 가면 된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수없이 거리로 나섰고,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일본 보이콧에 나선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곳은 홍콩 시민들이 바라보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할 말은 하나다. “힘내라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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