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해고와 사직의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보다 더 멀지 싶습니다만..."

 

 

 

 

동영상에서 몇 번 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 총수 시절 "You're fired!(당신은 해고야)" 라는 말을 참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별다른 항변도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상자에다 개인물품을 챙겨 나갑니다.

미국의 고용이나 근로 계약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나 "아니, 사람을 저렇게 쉽게 잘라도 되나" 하는 의문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업소유주가 "너 나가!" 하는데 버틸 수 있는 임직원은 한 명도 없겠지요.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우리 주변에서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기업체나 사업장을 어렵지않게 봅니다.

기업주와 근로자가 서로 끌어안고 눈물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삿대질을 해가며 원수처럼 어렵게 끝내는 경우도 흔하지요.

'해고'를 둘러싸고 우리 사법부가 이번 주 내린 최종 판결 하나가 눈길을 끌어 소개합니다.

우선 여러분이 몸 담은 직장의 고용주가 '회사가 어려워져 모두를 책임지긴 어렵다', '월급마저 지급을 못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가정하십시다.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요?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밤새워 고민하다 이런 고용주의 문자에 직원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면 이는 '자진 사직'입니까, 아니면 '해고'일까요?

결론은 1,2심은 '자진 사직'으로 봤는데 대법원은 '해고'로 판단했다 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A씨 등 2명이 식당 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A씨 등은 2016년 11월 주인 B씨로부터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더는 모두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문자를 받게 됩니다.

문자에는 '12월엔 월급마저 지급 못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더 많은 급여를 주고 더 좋은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A씨 등은 이튿날 B씨와의 회의에서도 문자 메시지와 같은 취지의 설명을 듣고 바로 식당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이들은 한달후인 2016년 12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B씨로부터 해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냈고, 소송까지 이어졌는데 1·2심은 "B씨가 A씨 등을 해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B씨가 직원 중 그 누구에게도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직원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을지라도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정반대로 달랐습니다.

 "형식적으로는 A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B씨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B씨로부터 문자메시지와 '근로를 하더라도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 것"이라며 "자진해서 식당을 그만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부 해고 의사가 있었어도 직원 전부를 나가라고 한 적은 없다는 B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식당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 필요했다면 직원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직원 모두에게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누구 말처럼 인생은 그 자체가 판단과 그에따른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요. 여러분이 이 사건을 맡은 판사라 치고, 한번 판결을 내려 보시지요.

 

O..."朴 감독! 멀리서 축하 인사 전하네. 그리고 정말 장하이-"

 

 

고2때 가을 어느 날 이었을 겁니다. 체력장인가 뭔가 측정한다고 반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1500m인가 오래달리기를 하는데 마침 제가 속한 조에 박항서 군도 함께 있었습니다.

호각소리와 함께 출발했는데 이 친구가 마치 100m 달리기 하는 것처럼 파악-하고 치고 나갔습니다.

"아무리 축구부라지만 너무 처지면 창피하지"라며 그 뒤를 모두 열심히 따라 달렸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절반도 못가 모두 퍼지면서 주저앉았습니다.

고교 축구 선수와 일반학생간 수준 차이가 분명한 달리기인데 까불었던(?) 것이지요.

또 언젠가 보니 이 친구 다리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 이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니는 그기도 모르나. 쥐나지 말라는 거 아이가"가 웃음과 함께 돌아온 답이었습니다.

축구부라 하루 종일 교실에 있지는 않았고 오후 수업에만 들어왔는데 짝도 몇 달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국대 축구팀이 베이루트 원정에서 레바논과 0-0 무승부를 기록한 14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또한번 일을 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4차전 홈 경기에서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꺾은 것입니다.

1차전에서 태국과 비기고 이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연파했던 베트남은 G조 톱시드 팀인 UAE까지 물리치며 4경기 무패, 승점 10(3승 1무)으로 조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최장 3년(2+1)간 재계약한 후 펼친 첫 경기여서 현지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지요.

경기가 끝나는 순간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 관중이 벌떡 일어나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베트남, 찌엔탕(승리)"을 연호했습니다.

이와함께 경기장을 찾은 팬 들 모두 "박항서 감독이 있어 베트남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진출할 것으로 믿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스로도 많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선수와 국내 지도자 시절, 박 감독은 팬들에게 특별히 각인될 만한 족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순살 언저리 베트남 국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제2의 축구 인생을 꽃피우고 있습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했던가요. 고교 동기생으로, 한 축구팬으로서 그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축하를 보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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