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위기라는 3차대전의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
[기자수첩] 기후위기라는 3차대전의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
  • 이주선 기자
  • 승인 2019.11.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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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주선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이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Agreement) 탈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서다. 파리기후협약은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대체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해 2015년 미국의 주도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새로운 국제질서다.

이번 미국의 결정은 유엔의 전신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을 연상케 한다. 국제연맹은 전쟁 방지와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1919년 제28대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미 대통령에 의해 창설됐다. 공교롭게도 국제연맹의 탄생은 파리기후협약과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의결됐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못했다.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상원이 비준을 거부한 탓이다. 리더를 잃은 국제연맹은 너무 약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광풍이 지구에 몰아쳤다.

2차 대전은 피할 수 없었을까?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그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한다. 1차 대전 이후 미국이 파리조약을 인준하고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을 위해 유럽에 머물렀다면 2차 대전의 원흉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권력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옥스퍼드대가 출판하는 바이오사이언스지에 한편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기후 비상사태에 대한 경고(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10년 전보다 산림, 빙하는 감소하고, 온도, 해수면, 재해는 증가했다는 과학적 증거를 들어 전 세계 153개국의 과학자 1만여 명은 “기후 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차 대전으로 1700만여 명이 사망했다. 2차 대전으로 730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700만 명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이다. 목표는 1.5도, 모두가 뛴다. 그런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2위 미국이 없다.

기후 위기라는 3차 대전의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 그 책임을 미국에 묻는다는 것, 그들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차 대전의 원인을 미뤄 미국의 부재는 항상 파국을 수반했다. 중국이 부상하고 유럽연합(EU)이 똘똘 뭉쳐도 우리에겐 아직 미국이라는 슈퍼파워가 필요하다.

leesun@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