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얌얌'...환경 만능 해결사 '효소'
오염물질 '얌얌'...환경 만능 해결사 '효소'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11.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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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분해, 바이오 수소 생산, 음식물 퇴비화 핵심 기술
(최진모 기자)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최진모 기자)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자연계에 무수히 존재하는 미생물. 공기 중에도 1㎤ 당 1000~1만마리 존재하지만 이중 인간에게 유용한 미생물은 5%로 극히 일부다. 

학계에서는 유익한 미생물을 발굴하고 개량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 미생물의 활약상은 효소가 일궈낸 것이며 효소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생물의 역량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효소의 놀라운 잠재력을 발굴하고 실용화까지 나아간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해충인줄만 알았는데...플라스틱 먹어치워

(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꿀벌부채명나방의 유충.(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지난 3월 꿀벌 집에 기생해 벌집을 갉아먹어 해충으로 알려진 꿀벌부채명나방이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을 소화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꿀벌부채명나방의 이런 잠재력은 연구진이 다른 실험을 하던 중 벌레가 플라스틱 용기를 뚫고 나오는 것을 보고 우연히 발견됐다. 이 나방이 주식으로 먹는 벌집의 구성 물질인 왁스와 폴리에틸렌의 화학적 구조가 서로 비슷해 소화가 가능했던 것. 

이후 나방의 장속을 들여다본 결과 폴리에틸렌 분해에 효과적인 ‘에스터라아제’, ‘라이페이즈’, ‘시토크롬 P450’의 세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3~5년 후속연구를 통해 이 같은 효소의 실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류충민 센터장은 “가령 에스터라이제도 백여 개가 넘는 종류가 있어 실용화하려면 이 중 효과가 있는 종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효소의 대량생산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곤충의 DNA를 효모에 넣고 발효시키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발전소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수소 자원이 된다!

NA1의 현미경 사진.(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NA1의 현미경 사진.(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10년전 이정현‧강성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팀은 파푸아뉴기니의 태평양 심해저열수구에서 일산화탄소와 물을 결합해 수소를 만드는 해양미생물인 ‘NA1’을 채취했다. 

‘NA1’은 미생물 중 광합성을 통해 수소를 만드는 효소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종으로, 연구팀은 이후 5년간 연구를 통해 수소생산성이 100배나 높은 개량종을 개발했다. 기존에 알려진 혐기성 박테리아를 이용한 방법보다 수소생산율이 15배 가량 더 높다.

NA1은 올해 11월 6일부터 충남 태안의 한국서부발전본부에 마련된 플랜트에 사용돼 바이오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본부 발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를 받아 연간 330만톤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차 2200대를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는 규모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후속연구에선 일산화탄소 이외의 폐자원을 활용해 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후속 사업의 규모는 2021년부터 10년간 1500억원 이상으로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 음식물, 버리면 쓰레기? 미생물을 톱밥으로 배양했더니 100% 자원 

(사진 이지원바이오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톱밥으로 미생물을 배양하는 기기의 내부 모습. (사진 이지원바이오 제공) 2019.11.7/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쓰레기는 국내에서 매년 1만2000톤 발생하며, 정부에서 1조원을 들여 처리하고 있다. 이중 90%는 재활용되는데 일부는 미생물로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그러나 업계에서 발효에 활용하는 음식물처리기는 10~30%의 음식물 잔여물을 하수구로 배출해 하수 오염이나 하수관 막힘 등 문제를 낳았다.    

딜레마는 온도에 있었다. 음식물을 충분히 발효시키려면 온도가 높아야 하나 65도 이상 고온에선 미생물 죽는다. 효소도 35∼45도의 저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이지원바이오는 미생물 배양에서 톱밥을 활용해 온도도 높이고 효소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고안했다. 기존 방식은 액상에서 2차 배양 후 발효하지만 업체는 3차 톱밥 배양을 통해 미생물에 고온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하고 효소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지원바이오 관계자는 “미생물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음식물을 '완전 소멸'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음식물처리기는 국내 5대 그룹과 출시 전 업무 협약까지 마친 상태로, 보급되면 연간 수천억원의 음식물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