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특히 출근때 9호선 승객들, 조금 한숨돌리게 됐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서울에 와서 꼭 경험하거나 구경하거나 먹어 봐야 하는 것들을 정리한 일종의 '버킷 리스트'를 본 일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 눈길을 끈 내용으로 '출근 시간에 서울 지하철 9호선 타보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특히 그 나라의 수도에서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기 쉬운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특별한 리스트에까지 올랐다는 것은 그 고생스러움이 외국 관광객의 기억에도 분명히 각인될 정도로 강렬하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우리도 예전 지하철에 '푸시 맨'들이 있어 승객들을 구겨진 옷 장에 집어넣듯이 하는 기억도 어제일 같기는 합니다만...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이런 불명예(?)를 겪은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서울 지하철이 대개 운행할 때 10량 편성 또는 8량 편성인데 민간자본이 들어가서인가 이 라인은 4량 또는 6량 편성으로 운행됐기 때문입니다.

승객이 적은 노선도 아니고 이렇게 되다 보니 형편상 지옥철(?)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10년전인 2009년 7월 개화-신논현 구간이 처음 개통된 9호선은 2015년 3월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이 추가로 개통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이 이어져 서울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지요.

9호선은 강북 도심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강서구, 여의도, 강남, 송파(잠실), 강동구를 잇는 강남 가로축 교통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가운데는 처음으로 급행열차를 도입, 완행과 급행이 번갈아 운행하는 독특한 교통 체계를 특징으로 갖고 있기도 합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투입되는 전동차의 편성이 4일 오늘부터 6량으로 통일된다고 서울시가 밝혀 이용 시민들 교통 사정이 조금 나아지게 생겼습니다.

앞서 소개했듯 전에는 4량· 6량 전동차가 섞여 운행, 편수 대비 수용 인원이 적었고 승객이 승차 위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불편했는데 어쨌거나 좀 숨통이 트이게 된 것입니다.

서울시는 하루 37편인 9호선 편성도 이달 말부터 40편으로 늘릴 예정이라면서 만성적 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9호선의 모든 열차가 6량으로 투입되고 이어 증편도 이뤄지면 첨두시간(오전 7∼9시)의 급행열차 혼잡도는 156%에서 137%로, 19%p 개선될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했습니다.

일반열차 혼잡도는 107%에서 71%로 획기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대입니다.

우선 잘된 일이기는 한데 막대한 예산문제 때문임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나 9호선도 서둘러 최소한 8량 편성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O..."함께 뛴 모든 선수들이, 그리고 팬들이 다 압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말입니다"

 

여러해전 일입니다만 제가 속해 있던 신문사 후배가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나갔다가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모두 비슷했지만, 정식 축구선수들같이 제대로 된 기량도 없으면서 투혼을 불사르다(?) 상대팀 수비수의 깊은 태클에 거의 왼쪽 다리가 나가다시피 한 것입니다.

한 석달인가 병원 신세를 졌는데 당연히 공상(公傷)으로 인정받았고 목발을 짚고 다시 회사에 나왔을 땐 선후배들이 환영식까지 열어주었습니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스포츠와 부상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점은 모두 수긍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손흥민(27·토트넘)이 깊은 백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습니다.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2019∼2020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별다른 뉴스도 안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 사진에서도 나타나듯 손흥민은 계속 울었습니다.

상대 선수인 안드레 고메스의 큰 부상에 미안하고 속상하고 괴로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것입니다.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이 정말 느껴지지 않습니까?

동료 알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해 리그 3호 도움을 작성했던 손흥민은 후반 33분 고메스에 대한 거친 태클로 퇴장당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불운하게도 고메스는 태클로 넘어진 후 또다른 선수와 충돌까지 이어져 발목을 심하게 다친 것입니다.

고메스의 부상이 심각해 보이자 손흥민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고, 퇴장 조치에 따라 눈물까지 보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습니다.

알리는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도 손흥민은 큰 충격에 빠져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많이 울었다"고 전했습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TV로 경기를 본 양팀 팬들이라면 고메스의 부상이 무척 불운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 모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또 축구"라며 "고메스가 잘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 경기후 토트넘의 라커 룸에서 벌어졌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주장 셰이머스 콜먼을 비롯한 에버턴 선수들이 상대팀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을 위로한 것입니다.

골키퍼 조던 픽퍼드 등 에버턴 선수들은 손흥민이 그라운드위에서 망연자실, 울고 있을 때도 함께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에버턴의 마르코 실바 감독도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그는 좋은 선수"라며 "나쁜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포츠도 그렇고 사회 생활도 그렇고 실수를 가장한 채 상대방을 공격하는 일이 참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지금 내게 한 행동이 '고의성'이 있었다, 없었다는 판단할 수 있고 대부분 맞습니다.

물론 백의 한, 두개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는 것이 세상의 진리라 확신합니다.

"많은 사람을 짧은 시간 속일 수도, 적은 사람을 오랜 시간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오랜 시간 속일 수는 없다"

손흥민을 보면서 갑자기 생각난 서양의 경구입니다. 손흥민에게 격려를, 부상당한 고메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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