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5G 가입자가 상용화 6개월 만에 350만(9월 기준)을 돌파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도 이제는 불법보조금 등 논란이 불거졌던 초기의 소모적인 가입자 쟁탈전에서 벗어나 서비스 품질 경쟁에 한창이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바람직한 변화다.

5G 시대에 이통사들이 경쟁하는 무대는 단순 ‘통신’에서 ‘콘텐츠’로 뻗어가고 있다. 이른바 5G ‘킬러 콘텐츠’ 경쟁으로, 현장의 센서에서 실시간으로 보낸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받아 분석하고 의사결정까지 내리는 ‘스마트’ 사업을 3사가 앞다퉈 내놓고 있다. 특히 KT는 이를 위해 아예 ‘AI 컴퍼니’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하고 AI 핵심인력을 1000명까지 확충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시도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혁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호언한 만큼 서비스의 품질이 나올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고, 단순 ‘기술과시’ 목적으로 의미를 국한하는 시각도 있다. 또 콘텐츠 개발의 목적이 결국에는 통신가입자 확보이며, 이통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탈(脫) 통신’의 개념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그러나 목적을 떠나 이통사들의 이 같은 시도와 투자가 미국‧중국에 뒤쳐졌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국내 4차 산업에 ‘마중물’ 역할을 하리란 기대는 있다. 사실 한국이 4차 산업에서 뒤쳐진 것이 기술력 때문은 아니었다. 농장에 AI 등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 팜의 경우 지금은 정부가 1단계 수준인 ‘원격화’ 도입에 한창이지만 업계에서는 3단계인 ‘완전 자동화’까지 필요한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스마트 건축, 의료, 공장, 오피스 등 현재 관심 받는 다른 분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이 충분한데도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것은 아직 시장 파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태동 중인 스마트 사업은 같은 작업도 인력 노동으로 할 때보다 고정비는 월등히 드는 반면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 가치는 고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중소사업자들이 섣불리 투자했다가 본전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과 시장의 연결이 화두인 스마트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과 수천만의 가입자 풀을 모두 가진 이통사는 지금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통사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공개 등 기술도 제공하지만 사실 스마트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나 중소사업자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시장을 여는 역할일 테다. 특히 데이터 덩어리에서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를 산출하고 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관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선도력이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손민선 LG유플러스 5G서비스담당이 지난달 15일 스마트홈트‧AR쇼핑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희망적이다. “LG유플러스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 (자잘한 기술까지 포함한) 모든 걸 우리가 하려고 하기 보단 경쟁력 있는 IT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함께 고객들의 일상이 바뀌는 체험을 확장해 나가겠다.”    

전방에선 현재 고객들에게 절실한 서비스와 기술이 결합한 혁신 가능성을 발굴하고, 후방에선 각종 써드파티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넓히는 것. 시장이 선도하면 핵심 인재 부족 등 기초 연구 역량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상적인 얘기는 이통사들과 써드파티가 공정하게 파이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또 지나치게 이통사의 입김이 커지면 이런 협업 없이 도전하는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스마트 산업을 앞으로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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