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권리 지키는 건 인간 의무...“법적의무 부과도 필요”
동물 권리 지키는 건 인간 의무...“법적의무 부과도 필요”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11.0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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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시대...동물문제 대응 방식 여전히 미흡
공익법센터 “동물 바라보는 법률의 시각도 변화”
뜬장 속 개. 뜬장은 배변이 빠지도록 바닥이 철제 그물망으로 돼 있다. 뜬장에 사는 동물은 제대로 서거나 이동하기 어렵고 발가락 기형이나 관절에 무리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뜬장 속 개. 뜬장은 배변이 빠지도록 바닥이 철제 그물망으로 돼 있다. 뜬장에 사는 동물은 제대로 서거나 이동하기 어렵고 발가락 기형이나 관절에 무리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반려동물 천만시대. 반려견과 반려묘는 물론 반려물고기, 반려파충류 등 한국에도 다양한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견 등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도 곳곳에서 여러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기되고 학대받고 전시·실험되고 있는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오히려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유기동물, 야생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도 모두 같은 생명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보편화되고 동물보호나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동물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미흡한 것.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최근 ‘동물의 권리’라는 법률 실용서를 발간했다. 이 실용서에 따르면, 동물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 노예, 흑인 등이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생각이 상식이었다가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법적 권리에 관한 현재의 인식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와 같은 법인(法人)을 인정하는 현 제도는 동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먼저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의 차이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이하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동물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수준’에 따라 단어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동물보호라는 단어는 ‘지켜주는 사람’이 주체고 ‘동물’은 보호의 객체이자 의존하는 대상이 된다.

공익법센터는 “동물보호와 반대로 동물권은 동물을 독립적인 권리 주체로 인정할 때 쓰는 말”이라며 “동물보호와 동물권 가운데 동물복지가 있는데, 당연히 복지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 줄 사람의 존재가 필요하지만, 복지를 누리는 주체는 동물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내 길고양이 급식소 겸 쉼터. 국회의원회관 주차장에 살던 길고양이 ‘민주’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국회 내 고양이 10마리에 대해 중성화수술을 함께 진행했고 지속적으로 사료 및 물 공급 상황,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발간한 ‘동물의 권리’)
국회 내 길고양이 급식소 겸 쉼터. 국회의원회관 주차장에 살던 길고양이 ‘민주’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국회 내 고양이 10마리에 대해 중성화수술을 함께 진행했고 지속적으로 사료 및 물 공급 상황,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발간한 ‘동물의 권리’)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12개 조문이 있었다. 조문 중 제1조는 동물보호법 목적이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반면 현재 동물보호법은 50여개 이상의 조문을 갖고 있고 제1조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하고…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바뀌었다.

공익법센터는 “30여년의 시간 동안 동물을 바라보는 법률의 시각이 변화했지만 현재까지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동물을 더 독립적인 생명체로 대우하는 관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복지가 동물보호보다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먼저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는 상호 보완적 관계여서 둘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동물보호법이 없어도 재산으로서 보호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이 동물보호를 따로 규정하는 것은 동물이 다른 재산과는 다르다는 관점이 없으면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에서는 동물운송, 동물영업, 실험동물, 가축, 전시동물 등에 관한 법률을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 동물복지법의 특징은 어떤 목적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익법센터는 “동물복지론자 중에서는 인도적으로 도살된 고기는 윤리적으로 허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반면 권리론과 결합한 동물보호는 모든 형태의 도살에 반대하는 등 일반적인 동물복지론보다 동물의 기본적인 본성을 지키는데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센터는 이어 “법과 관련된 격언 중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물보호법은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다양한 도덕관념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 만든 법률”이라며 “동물보호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기 때문에 지킬 가치가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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