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병에 담배꽁초를 담는가?
그들은 왜 병에 담배꽁초를 담는가?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10.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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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부는 친환경 캠페인 '병을 채워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시민들이 환경을 사랑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시민들은 더 이상 정보와 자금력을 축적한 유명 환경단체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다. 단체가 선도하면 수동적으로 따르던 개인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뜻 맞는 이를 찾고 지체없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환경 운동도 단체의 이해나 구태 절차를 떠나 실천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양새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환경운동은 전파(SNS)를 타고' 시리즈에서 시민들 사이에 유행하는 '풀뿌리 공익활동'의 현장을 찾아갔다. [편집자주]

(이재형 기자)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하는 챌린지 바람이 친환경 캠페인으로도 불었다. 20분 동안 담배꽁초를 주워서 사용한 병에 담는 ‘병을 채워라(fill the bottle)’ 챌린지의 얘기다.

이 캠페인은 한 소녀가 SNS에 쓴 한 줄 글에서 시작해 일파만파 퍼졌다. 지난 7월 프랑스의 18세 소녀 아멜 달라가 "1리터 물병을 반경 50m 이내에서 주운 담배꽁초로 채우는 데 20분밖에 안 걸렸다"는 트위터 글이 공감을 얻어 퍼진 것. 

현재 이 캠페인은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인스타그램에서만 관련 게시물이 5000여개다. 

벨기에 브뤼셀의 경우에는 시민 문화로 자리 잡아 시민들이 함께 5만리터를 담배꽁초로 채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경북 경산시 복지행정과 직원들이 이달 21일 시청과 경산시장 일대에서 같은 캠페인에 참여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병을 채워라 캠페인 장면. 시민들이 모은 담배꽁초로 5만리터를 채웠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벨기에 브뤼셀의 병을 채워라 캠페인 장면. 시민들이 모은 담배꽁초로 5만리터를 채웠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정말 20분이면 한 병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담배꽁초가 많을까? 23일 기자가 음료수병 2개를 들고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축구 경기는 없어 한적했지만 지역 음악회가 열려 공원 광장에 시민들이 100여명 정도 모여있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쾌적해 시간 안에 담배꽁초를 모을 수 없었다. 벤치나 주차장 인근 화단에 몇 개 떨어져 있긴 했지만 1시간을 돌면서 채 4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흡연자의 습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유동인구로 판단한 것이 패인이었다. 

담배꽁초는 오히려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많이 발견됐다. 월드컵경기장에서 300m 떨어진 모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세 걸음 당 10개피 씩 쏟아졌다. 어른들이 초등학교 옆을 지나갈 때도 거리낌 없이 길거리 담배를 피운 셈이다.

차로 인근 도로에서도 담배꽁초가 많이 발견됐다. 월드컵경기장 앞 8차선 도로를 살펴보니 횡단보도 앞, 교차로 등 중간에 정차할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재형 기자)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수원 월드컵경기장 인근 도로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이재형 기자) 2019.10.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러나 이 일대에 담배꽁초 수거함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환경미화원의 수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쏟아지는 담배꽁초를 하루에 몇 번 도는 청소로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방치된 담배꽁초들은 결국 거리로, 하수도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매년 하수도관이 담배꽁초로 막혀도 변화가 없다.

병을 채워라 캠페인이 유행한 것도 이런 갈증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만 살펴보면 눈에 밟히게 담배꽁초가 많지만 지자체에서 하는 캠페인은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상황. 한 사람이 나서서 행동을 하니 공감만 하던 사람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시작이 어렵지 물꼬를 트면 변화는 한순간이다.

시민들이 SNS에 자기 실천을 인증하고 친한 친구를 태그해 알음알음 넘기는 ‘챌린지’ 문화가 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익적 필요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 공공단체나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민 캠페인만의 순수한 매력이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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