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비무장지대(DMZ) 내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최초 확진일은 지난 3일이다. 이후 24일까지 총 14건의 멧돼지 ASF가 검출돼 정부의 ASF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멧돼지는 일반 돼지와 달리 이동성이 크기 때문에 ASF 발생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감염 발생현황, 멧돼지 행동반경, 지형지물 등을 고려해 대응해야 하는데,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모든 전파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멧돼지 ASF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론에 너무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 국민여론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 정치공세에 대응하는 것도 바쁜 상황이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환경부 등이 남방한계선(GOP)과 민간인통제선 구간 내 멧돼지를 모두 포획해 개체 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적절한 조치일까?

환경부 ASF 총괄대응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멧돼지는 정주성(定住性)이 있어 행동권(보통 반경 1.3㎞, 5㎢ 내외)이 넓지 않다. 문제는 멧돼지가 사냥개 추적, 화약 냄새에 반응했을 때 앞으로만 돌진(최대 50㎞ 이동)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체코에서 2017년 발생한 멧돼지 ASF는 지난해 종식선언까지 총 228일이나 걸려 마무리 됐다. 체코 정부는 폐사체 수색강화로 우심지역을 찾은 후 신속한 차단조치와 멧돼지 고립·자연감소를 기다려 외곽지역부터 순차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체코 정부는 멧돼지 사냥은 ASF를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ASF 발생시 모든 사냥을 중지하고 지역을 안정화 시킨 후 멧돼지 사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염된 멧돼지가 이동하지 않게 상당히 안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벨기에와 프랑스 사례를 봐도 철저한 농가방역, 폐사체 수색, 차단조치를 전제로 구획 후 단계적·전략적 포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녹색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약 100만마리의 멧돼지를 사살했지만, 발병 건수는 오히려 2015년 44건, 2016년 678건, 지난해 3300건으로 증가했다.

현재 정부는 총기포획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포획포상금(20만원/두, 약 80억원) 예산확보도 계획하고 있어 자칫 멧돼지 사냥이 무분별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 ASF 총괄대응팀은 초기 멧돼지 총기포획을 반대하다가 ASF가 확산되자 입장을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ASF 감염 및 주변지역에 대해서만 이동차단시까지 총기포획을 제한하고 나머지 지역은 총기포획을 적극 강화하는 조치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해명을 한 상태다. 부디 여론에 휘둘리는 조치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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