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10년 뒤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을 할까?
[집중분석] 10년 뒤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을 할까?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10.21 14: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미래차 산업 신속전환을 위한 3대 전략 공개
2024년부터 완전 자율주행차 투입...시장 선도 포부
문제는 자율차 부족...정보 부족해 자율주행 어려워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미래자동차 국가비전'은 2030년까지 미래차 부문의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담고 있다. 앞으로 11년 안에 친환경차 판매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의 3분의1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경부고속도로에 자율주행차가 씽씽 달리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기업들의 투자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41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시장의 시각은 그야말로 '기대반 우려반'이다. 미래차 1위 국가로 가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집중분석한다. [편집자주]

(이재형 기자) 2019.10.21/그린포스트코리아
10월 10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공개된 자율주행차의 내부 모듈 모습.(이재형 기자) 2019.10.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지난 10일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기술사적인 측면에서 꽤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이날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 모듈이 탑재된 제네시스 G80모델은 일대 실 도로를 인간의 도움 없이 10여분간 주행했다.  

이날 시연에선 스마트폰으로 원격호출하면 무인 차량이 탑승자 앞에 정차하고, 앞차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을 뒷차에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 간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MEC기술) 무단횡단자가 도로로 뛰어들어도 급제동에 따른 추돌 가능성이 적다. 앞차가 멈추면 뒷차도 거의 동시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시야 밖에서 구급차가 오는 것도 미리 신호를 받아 길을 터줄 수 있다.

인간은 더 이상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게 되는 걸까. 차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면서 차량 시트에 누워서 출근하는 것도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래가 10년 안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정부의 미진한 자율주행차 보급정책 때문이다.

◇ 2030년까지 미래차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

정부는 지난 15일 ‘미래차 산업 신속전환을 위한 3대 전략’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차량이 주로 운전하고 가끔 사람이 보조하는 부분자율차(레벨3)는 2021년부터, 인간의 조작 없이 100%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완전자율차(레벨4)는 2024년부터 상용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차 기술 개발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해 미래시장을 선점하고, 2030년까지 국내 신차 공급량의 절반을 3‧4레벨 자율주행차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량 부품이나 통신망에 쓰이는 기술은 이미 실증 가능한 수준을 갖췄다. 차량과 차량, 사물, 인간이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는 5G 통신망도 영역만 전국으로 넓히면 된다. 차량에서 제공하는 도로정보를 받아 다시 차량에 최적의 운행 방안을 제공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C-ITS)도 5G 기지국 기반으로 가동돼 구축하기 어렵지 않다.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3cm 이내로 정밀 측정하는 동적정밀지도(Local Dynamic Map)도 이미 지하와 지상에서 무리 없이 작동한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황을 공유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여건은 충분하다. 그런데 정작 정보를 교환할 차가 도로 위에 부족하다. 인터넷도 미국 펜타곤에서 처음 개발됐을 때는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 지금과 달리 정보량과 품질이 떨어졌던 것과 같다. 

◇ 문제는 자율주행차량 보급률

국내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약 2200만대. 정부 계획대로 자율주행차 보급이 현실화된다면 2030년에만 자율주행차 90만대가 도로에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에 따르면 2021~2030년 10년간 누적 자율주행차량의 예상 보급량은 어림잡아 200만~300만대로 짐작된다. 자율차의 보급 대수가 점증할 것을 감안한 수치로, 차질 없이 보급해도 전체 차량의 10%안팎밖에 안 되는 셈이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도로, 관제센터가 하나의 교통 시스템으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의미한다. 자율주행차가 홀로 도로에 있는 것은 단순 AI가 운전하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차는 아니다. 

문제는 정부 계획대로면 2030년이 되도 도로 위에 차량 분포가 일반차 9대 대 자율주행차 1대 꼴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가령 주행 중 자율주행차의 전방에 고라니가 뛰어들어 뒤에 위험 신호를 보내도 뒷차가 일반차면 효과가 없다. 카메라 시야 밖에서 난입하는 차량을 미리 파악하는 ‘지오펜스’ 기능도 난입차가 일반차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빛으로 전방의 물체를 파악하는 ‘라이다’, 전자기파로 식별하는 ‘레이더’ 등 개별 차량이 보유한 센서를 이용하면 개별 차량이 물체를 식별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은 가능하다”면서 “주변 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없어 차량 간 협력주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율주행이 불가능하다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차량에서 보내는 정보량이 적어도 차량을 지휘하는 통합관제 시스템은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수준으로는 적어도 정부가 호언한 ‘자율주행차 미래시장 선점’은 요원해보인다.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가 자율주행 트럭 운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는 작년부터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지능형 CCTV 등 도로에 설치돼 차량처럼 도로 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감지기’도 기술 개발에 80억원 투입하는 것 외에 설치 규모 등 구체적인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시작 시점도 한참 뒤처진 가운데 어떻게 자율주행차 품질을 선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silentrock91@greenpost.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