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어쨌든 미국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북한・이란・이라크를 묶어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인 부시 전 대통령도 2006년 라디오방송에서 “미국의 안보가 중동지역의 민주주의 정착 여부에 달려있다”며 “미국은 중동의 젊은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걸핏하며 인권 문제를 들먹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미국 사회가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한 경우가 있다. 발단은 군사정권시절 한국의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베이징을 상대로 독립을 지켜내고, 더 나아가 직접 선거 등 민주주의를 확대해나가려는 홍콩 민주화 시위다.

지난 4일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투쟁, 홍콩을 지지한다(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Kong)”이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이후 중국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휴스턴 로키츠 굿즈가 사라지는 등 거센 역풍이 불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중국의 친구들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커다란 NBA 소비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을 놓치지 않으려 홍콩에서 터져나오는 민주화 요구는 외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애덤 실버 총재는 결국 모레이 단장이 지닌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비슷한 일은 e-스포츠 대회에서도 일어났다. 미국의 게임업체 블리자드는 최근 ‘하스스톤’ 경기를 치른 뒤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말한 홍콩 출신의 게이머 블리츠청에게 1년 대회출전 정지, 상금 몰수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징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등 역풍이 불자 출전 정지 징계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우승 상금을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  

‘차이나머니’ 앞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재빨리 내려놓는 듯한 이런 행동을 향한 조소는 미국 내부에서도 터져나왔다.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 제작진은 트위터에 “우리는 NBA처럼 중국의 검열이 우리의 집과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보다 돈을 더 많이 사랑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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