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 (아모레퍼시픽 제공)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 (아모레퍼시픽 제공)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내놓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향후 총수일가의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0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발행되는 신주는 기명식 전환우선주로, 그 규모는 총 709만2200주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를 통해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발행 후 10년이 지나면 보통주식으로 전환된다. 올해는 2.50%, 내년에는 2.25%, 2021년부터는 2.0%의 배당률이 적용된다. 

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같은날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주식 133만3333주를 2000억원에 장내매수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내년 12월 11일이 주식취득예정일이다. 주식취득 절차가 완료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의 주식 2202만9193주(지분비율 37.68%)를 보유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2000억원 가운데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취득에 투입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쓸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상 증자의 목적이 자회사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와 오설록 출자에 따른 자금확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내놓은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 주식 2000억원 어치 매입은 현재 보유 지분 35.4%에서 향후 37.7%로 지분율이 2.3%p 증가하는 데 그친다. 40%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라며 “총수 일가의 지분을 고려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은 현재도 충분히 의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선화 연구원은 “결국 목적은 승계”라며 “10년 뒤 보통주 전환이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이선화 연구원은 “2006년 발행한 아모레G2우B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민정 씨에게 증여한 전환우선주”이며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민정 씨가 아모레퍼시픽그룹 2.9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서민정 씨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로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가 6월에 퇴사한 뒤 중국에서 MBA를 했다. 이달 초 MBA를 끝내고 아모레퍼시픽 뷰티유닛 뷰티영업전략팀 과장으로 다시 입사했다. 

이선화 연구원은 이어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 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발행가액은 2만8200원이다. 2019년 우선배당금은 705원으로 배당 수익률 2.5%의 훌륭한 배당주”라며 “향후 총수일가는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어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는데,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 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민정 씨는 향후 3.4%(기발행 우선주 제외한 보통주+신형우선주 기준)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추가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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