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기업, 본국에만 수익 집중 경향
임시직 등 저소득 노동자 양산 Gig 경제 위기
"근로자가 주인되는 협동조합 플랫폼 필요"

라파엘 가드레오 EVA coop CTO가 '글로벌 플랫폼과 지역의 상생협력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라파엘 가드레오 EVA coop CTO가 '글로벌 플랫폼과 지역의 상생협력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유경제는 유휴 자원의 활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류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여객 운수 시장에서 타다와 기존 택시사업자간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10일 경기도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공유경제 국제포럼’에선 학계와 지역 공유 플랫폼 기업들이 모였다. 디지털 플랫폼이 미래 사회에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위한 도구가 될지, 시장 생태계에 상생 발전의 길을 열지 내다보는 자리였다. 

◇ 공유 경제가 수익까지 공유하진 않는다 

차량공유 플랫폼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올해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리프트(lyft, 미국) 그랩(싱가폴) 등 주요 기업의 기업가치를 합하면 150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이중 700여개 국가에 진출한 우버는 전 세계 차량 공유 이용자의 약 30% 수준인 9100만명까지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이 경이롭게 몸집을 불린 만큼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까. 사실 운수 산업 생태계에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불안감도 크다. 택시 운전사 등 기존 운수사업자들이 거대 플랫폼의 임시직 노동자(Gig)로 전락하는 이른바 'Gig' 경제의 위기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저소득 문제는 이미 우리사회에서도 현실화 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 플랫폼 노동자의 월 평균 순소득은 음식 배달 229만5000원, 퀵서비스 197만4000원, 대리운전 181만5000원 꼴이었다. 매일 평균 12시간 이상, 야간‧주말 가리지 않는 중노동에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열악한 현실이다.

사이프 벤자파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공유경제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시장 독점을 유발한다. 기존 비즈니스는 부당 경쟁에서 불리하게 경쟁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불공평한 노동 및 Gig 경제에 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공유 경제 기업들은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반 글로벌 기업보다 부가 중앙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캐나다의 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 ‘EVA coop’의 라파엘 가드레오 CTO는 “플랫폼 기업은 관리의 중앙집중화가 일반 기업보다 심한 경향이 있다. 해외 시장 진출 시 현지에는 최소한의 투자만 하고 관리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는 본국에만 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정보통신 기술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핵심 인력 등 자산을 해외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도 고용이나 투자 효과는 미미하고 훨씬 많은 수익만 본국으로 집중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현지 시장을 잠식할수록 차량 드라이버 등 저임금 중심의 Gig 경제만 양산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 플랫폼 협동조합, 공유경제 대안 될까

이날 포럼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대항해 ‘디지털 협동조합’의 사업 형태에 주목했다. 기존 플랫폼 노동자가 임시직에 불과해 노동력 외에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면, 디지털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처럼 각 근로자들이 조합원으로서 플랫폼에 대한 공동 소유권을 갖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2016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에 서비스를 론칭한 ‘Green Taxi Coop’은 디지털 협동조합으로서 성공한 모델이다. 그린 택시는 서비스 3년만에 조합원  800명으로 확대됐으며 시장점유율 37%로 덴버 지역의 1위 운수사업자로 발돋움한 바 있다.

이날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은 “디지털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지불하는 가입비와 10% 수준의 수수료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앙집중형 플랫폼보단 근로자가 훨씬 많은 몫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플랫폼은 근로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통해 영업 노하우를 확신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그린택시 (사진 그린택시 제공)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그린택시 협동조합의 모습.(사진 그린택시 제공) 2019.10.11/그린포스트코리아

캐나다의 ‘EVA’도 협동조합형 플랫폼이다. EVA는 한국의 타다, 미국의 우버(Uber)처럼 캐나다에서 개인 간 차량 공유 서비스(P2P)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12월 처음 서비스를 론칭해 10개월이 지난 현재 운전기사 회원만 1000여명까지 성장했다.  

EVA는 특히 블록체인 기술로 협동조합성을 확보한 점이 신선하다.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데이터를 중앙의 서버에서 통제하지 않고 각 조합원이 가진 데이터와 인프라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경영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돼 운영권이 중앙에 집중되지 않으며 각 조합원이 지분을 갖게 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정부, 은행 등 특정 주체에 통제되거나 은폐되지 않고 개별 보유자들의 선택에 좌우되는 것과 같다. 

가드레오 EVA CTO는 “민주적인 경영이 EVA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며, 조합원들은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사업자로서 운영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면서 “단지 경영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회원들에게 분배해 근로자 전반, 더 나아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편익이 분배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협동조합이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아쉽게도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차 차량공유 분야의 지벨리카셰어링협동조합 등 소수 플랫폼 외에는 눈에 띄는 사업체가 드문 상태다.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경영하기 위한 환경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장흥배 대안 상임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협동조합 지원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머문 경향이 있다. 시민사회 내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빈약해 비용이 많이 드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해외에서는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이 많다. 세계적으로 269개 플랫폼 협동조합 중 40%에 달하는 102개 협동조합이 지원목적으로 운영돼 다른 협동조합의 법조, 경영, 자금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