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잘한 일입니다. 무려 9년이나 여름에 털모자를 쓰지 않았습니까?"

 

 

1970년대말 장정으로 논산훈련소에 들어가 군용물품을 지급받고 나서 '아! 드디어 군인이 됐구나' 실감했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다 전투모라고도 부르는 군모를 보고서는 너무 실망했었습니다. 너무 후줄근했기 때문입니다.

"휴가나온 군인들을 그렇게 많이 봤지만 이런 모자를 쓴 사람은 진짜 없었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사병용 군모가 워낙 시원치않다 보니 모두 사비를 들여 장교용 군모를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대에 와서는 "고참들 군모는 탈색도 잘되고 어느 정도 곡선도 살아있고 한데 내 것은 왜 이렇게 뻣뻣할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시간이, 세월이 해결해 준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우치게 됐지요.

우리 육군이 내년 여름이 오기 전 현행 모(毛) 소재인 베레모를 다시 예전처럼 챙 달린 전투모로 바꾼다는 소식입니다.

육군은 지난 2011년 특전사가 착용하던 베레모를 '강한 인상을 준다'고 강조하며 전 장병에게 보급했습니다.

당시에도 그런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아는데 봄, 가을, 겨울은 그렇다치고 여름에는 돌아버릴 노릇 아니겠습니까.

삼복더위에 모(毛)니까 글자 그대로 털모자가 되는 것입니다.

베레모는 강한 인상을 주는데다 챙이 없기 때문에 휴대가 편하다는 것은 물론 장점입니다.

그러나 일단 햇볕을 전혀 막을 수가 없으니 하절기 작업이라도 하게 되면 모자는 덥고 볕은 가릴 수 없고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벌써 만으로 9년이나 우리 육군 장병들이 고생을 한 셈인데 뒤늦게나마 개선, 보완하기로 했다니 다행한 일입니다.

11월초까지는 시제품을 결정할 예정이라는데 챙이 달려 차양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선글라스 꽂이도 있게 한답니다.

아무리 군대지만 바로 착용하게 하지 말고 이른바 '여론조사'라는 것을 거쳐 정작 사용할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합니다.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전에도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그냥 밀어부쳤다가 결국 예산 낭비만 한 꼴이 된 것 아닙니까?

 

 

O..."나상욱 프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적적으로 회생, 챔피언이 됐습니다"

 

 

여러분은 각종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흐름'이 으뜸이라고 믿습니다.

개인 경기나 단체 경기나 흐름을 지배하는 쪽이 대부분 승리할 확률이 크게 높기 때문입니다.

골프 경기에서 잘 나가던 선수가 어이없는 더블보기나 트리플 보기를 한 후 그냥 추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왜일까요? '흐름'이 완전히 끊긴 때문입니다.

미국교포 케빈 나(36 · 나상욱)가 7일(한국시간) 연장전 끝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4승 고지를 밟았습니다. 

그의 오늘 우승이 특히 값진 것은 스스로 뭉개버렸던 흐름을 다시 자신에게로 가져왔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때 3타차 선두를 질주하던 그는 10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트리플 보기는 아마추어들도 그리 흔치 않은 스코어인데...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그는 끝난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티샷이 숲에 들어가 두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는데 실패한 케빈 나는 세번째샷이 그린을 넘어가는 바람에 네번만에야 그린에 올라왔고, 보기 퍼트가 홀을 훌쩍 지나는 바람에 한꺼번에 3타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케빈 나는 금세 버디 3개로 만회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케빈 나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멀린 TP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최종일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 보기를 적어낸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누르고 우승했습니다.

지난 5월 찰스 슈와브 챌린지를 제패한 지 5개월 만에 정상에 다시 선 케빈 나는 통산 우승을 4회로 늘린 것입니다.

프로 데뷔후 첫 우승까지 8년, 두번째 우승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3승째는 10개월, 그리고 4승은 5개월만에 따내는 등 그의 '우승 시계'는 계속 빨라지고 있습니다.

케빈 나는 오는 17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더 CJ컵 출전을 위해 방한할 예정입니다. 

PGA투어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케빈 나가 이 대회에서 성공한 퍼트 거리 합계는 약 170m로 PGA투어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먼거리 퍼트에 자주 성공했다는 뜻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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