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금류 게놈 해독의 의미와 향후 과제
국립생물자원관, 맹금류 진화 및 야·주행성 조류 유전자 차이 밝혀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2014년부터 멸종위기종 등 한국 주요 야생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구명하기 위해 유전체(게놈) 해독이 시작됐다. 야생생물의 경우 유전적 배경자료가 거의 없어 게놈크기나 복잡도 예측 등의 기초정보 분석부터 시작했다.
분석결과 맹금류를 포함한 조류의 경우 게놈크기가 약 1.2Gb 정도로 일정하고 이동성 유전인자 비율이 아주 낮은 경향을 보여 육상 포유류에 비해 게놈이 작고 조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맹금류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육식성 새를 뜻하며 매목, 수리목, 올빼미목 조류가 이에 속한다. 조류 먹이사슬의 최상위에서 절대 육식을 해 개체수가 적고 멸종 가능성이 크며 한국에 서식하는 45종 중 21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보호와 보전이 절실한 야생생물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국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 소쩍새 등 맹금류 4종의 ‘표준게놈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하고 대규모 조류 게놈 비교를 통해 맹금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구명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시료확보가 가능한 맹금류를 중심으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맹금류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고 향후 맹금류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여주홍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은 “이번 연구는 최초로 맹금류 4종의 전체 게놈 해독과 대규모 게놈 비교분석을 통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 진화와 야행성 조류 특성을 유전적으로 구명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게놈은 한 생물의 특징을 결정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암호라고 할 수 있다. 게놈 해독으로 생물의 진화와 특정 형질을 근원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맹금류의 신체적 특징이 게놈에 잘 반영돼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매목, 수리목, 올빼미목으로 서로 다른 갈래로 진화해 온 세 종류의 맹금류에 공통적인 형태적·생리적 특징을 유전자 수준에서 공유하고 있었다. 또한 야행성 조류는 어두운 환경에서 먹이를 찾고 생존하기 위해 청각, 후각, 신체리듬 등 각종 감각신경을 다르게 발달시켜 왔음도 확인했다.
이밖에 게놈 해독을 통해 게놈 수준에서 유전다양성을 파악해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멸종위기종(11종)의 개체는 대부분 유전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흰꼬리수리의 경우 분석된 개체의 이형접합률이 아주 낮아 유전적으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흰꼬리수리의 경우 더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다양성 분석과 이에 따른 적절한 보전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확인한 것.
국립생물자원관은 “향후 맹금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야생 동식물의 게놈을 해독해 야생생물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기반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활용성 및 보전가치가 높은 고유생물을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를 확보하고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DB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한국 생물의 특징을 유전적으로 구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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