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있는 3일 동안 하늘이 모두 파란색이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주선 기자] 지난 4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현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보아오 포럼 일정을 마치고 귀국 후 한 말이다. 한국보다 더 잿빛일 것 같았던 베이징 하늘이 더 파랗다니 다소 의외의 표현이다. 당시 반 전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하기도 전에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 中 “한국 미세먼지는 바로 한국에서 기인한 것”

지난 3월 한국에서 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이 불거지자 중국 외교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세먼지 문제는 과학적 태도에 근거해야 한다”면서 “미세먼지의 주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지 말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같은 달 20일 환경부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참여한 ‘범부처 미세먼지 프로젝트’ 추진현황 공유회를 열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평상시 30~50%, 고농도시 60~80%에 이른다”면서 “국내 미세먼지 피해에 대해 중국 책임이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오는 것일까?

2017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국내 대기 질 공동 조사(KORUS-AQ)’에 따르면 한국 미세먼지 발생의 책임은 ‘국내 요인(52%), 국외 요인 (48%)’으로 나눌 수 있고, 국외 요인 중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양은 34% 남짓이다. 중국 역시 적잖은 책임이 있지만, 국내 요인이 더 크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 中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박병호 건국대 법학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법적 책임은 국제법상 ‘월경피해금지의무(자국의 어떤 행위로 인해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 환경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책임을 묻기에 앞서 발생 원인에 대한 명백하고 과학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며, 까다로운 법리 해석과 보상 문제 때문에 실제 국제소송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 미세먼지는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후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모두 미세먼지를 걱정했다. 미세먼지는 공장에서 나온다. 공장은 산업이다. 산업은 발전이 필요하다. 발전의 척도는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은 지구 온도와 비례한다. 지구 온도 상승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생사존망이다.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은 지났다. 행동이 필요하다. 모두가 조국을 외칠 때, 정작 우리 조국(祖國)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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