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땡큐 캠페인 사진.(임펙토리얼 제공)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물땡큐 캠페인 사진.(임팩토리얼 제공)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지난해 4월 플라스틱 대란 후 우리 사회 곳곳에선 플라스틱 퇴출 운동이 뜨겁다. 특히 재작년부터 입자가 5mm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시민 사회 곳곳에서도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 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 생존과 직결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 시민들 사이에서는 텀블러를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다. 텀블러를 사놓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만 양산할 뿐, ‘환경 코스프레’에 불과함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이 같은 친환경 캠페인은 특히 SNS를 타고 시민 사회에서 큰 흐름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플라스틱프리챌린지 #플라스틱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시민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일상을 자랑하는 게시물 수만 개를 만나볼 수 있다. 

SNS에 유행하는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SNS에 유행하는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처럼 일상에서의 환경 실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증이 아직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텀블러를 이용할 환경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아가자며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소셜벤처기업 임팩토리얼에서 올해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물땡큐’ 캠페인이다. 

‘물땡큐’는 “좀 더 편하게 텀블러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사회적 활동이다. 구글 지도만 열면 전국 곳곳의 급수대 위치를 알 수 있어 사무실, 가정이 아닌 야외에서도 헤매지 않고 물을 떠 마실 수 있다. 

현재 구글 지도에는 3000여개 ‘물땡큐 스팟’이 등록돼있다. 그중에는 한강 공원 등 야외 급수대도 있고 은행, 도서관, 복합쇼핑몰 등 실내 정수기도 있다. 물땡큐에 등록된 급수대 위치 정보는 대부분 직원들이 하나하나 발품을 팔은 결과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에게 제보 받은 물땡큐 스팟도 꽤 늘었다. 캠페인 실천과 함께 플랫폼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가 있는 셈이다. 

물땡큐 스팟.(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물땡큐 스팟.(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3일 기자도 개천절 휴일을 맞아 모처럼만에 나들이 나간 서울 한강공원에서 물땡큐 캠페인에 동참했다. 텀블러를 들고 영등포 당산역 부근에서 출발해 걷기를 30분, 어깨에 땀이 맺힌 만큼 슬슬 몰려오는 갈증에 목이 탔다. 바로 옆의 편의점에 손만 뻗으면 시원한 생수를 마실 수 있지만 모처럼 텀블러까지 들고 나서지 않았는가. 조금 불편함을 꾹 참고 구글 지도의 물땡큐 모드를 열었다.

화면을 확대해보니 파란색 마크가 여러 군데 떠 대충 가장 가까워 보이는 급수대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걷기를 10분, 마침내 급수대에 목을 축이니 평소 눈길 한 번 준적 없었던 아리수가 새삼 달게 느껴졌다.

물땡큐 캠페인이 주목하는 부분도 이런 효과다. 플라스틱을 포기해 생기는 일상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체험하는 것. 그리고 약간의 불편함에 익숙해지면서 플라스틱의 편함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 물땡큐는 시민들이 이 같은 변화에 선뜻 나설 수 있도록 위치를 알려 돕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의 한 급수대.(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의 한 급수대.(이재형 기자) 2019.10.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지은 임팩토리얼 대표는 “많은 분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의지는 있지만 물을 받을 곳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음료를 사먹게 되고 쓰레기가 발생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예 텀블러는 집에 두고 나오곤 한다. 우리는 이걸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텀블러를 문 밖으로 끌고 나와 친환경 문화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상이 아직은 생소한 이야기일까. 이날 기자가 한강공원에서 목격한 인파 속에서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시민들은 “실내에선 텀블러를 사용하지만 야외에선 거추장스러워서 들고 다니지 않는다”, “깜빡하고 두고 나왔다”, “급수대가 많지 않아 어디 있는지 모르고, 또 찾아 다니기 귀찮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텀블러를 들고 온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도 급수대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40대의 한 자전거 라이더는 가방에 텀블러가 있지만 생수를 사서 인근 벤치에 앉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시원한 생수가 있는데 수돗물을 마시자고 발품을 팔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다. 그는 가끔 팔당댐까지 달려서 주변에 편의점이 없을 때면 급수대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지은 대표는 “어느 순간 편의를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병 물을 사마시게 되었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그래도 지도에서 급수대 위치를 인식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됐다는 이용자들의 사연을 듣는다. 이렇게 인식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면서 변화가 일어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서 “핸드폰도 처음부터 모두가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 삶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조금씩 인식의 변화를 거듭하다보면 텀블러도 우리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리란 희망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시민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우산 비닐 없이 조금 미끄러운 지하철역을 거닐게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던 것들인데 사회의 인식이 이만큼 왔다. 지금은 유별나게 보이는 불편한 실천들이 하나하나 쌓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머지않은 미래에는 한강공원에서 조깅하는 이들의 손에 생수병 대신 텀블러가 들려있길 기대해본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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