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주선 기자] 이달 초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던 날 있었던 일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어린이들에게 생활 속 유해 물질에 대한 개념을 일깨워주고 체험을 통해 스스로 안전한 생활을 실천하게 하는 뜻깊은 환경부 주최의 어린이 환경교육 전시회 취재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행사장 출입구 한 편에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된 낯익은 물체가 서 있었다. 전시회를 감상하러 온 고사리 손의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그 물체 안에 우산을 “쏙” 집어넣고는 “쭉” 잡아 빼 당당하게 행사장으로 사라졌다.
그 물체의 이름은 ‘우산 자동포장기’, 비오는 날이면 망부석처럼 건물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시와 산하기관에서 사용한 우산 비닐의 양은 약 30만장 내외다. 이와 관련해 작년 서울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단순하다. △일회용 컵 사용 안 하기 △일회용 빨대 사용 안 하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안 하기 △일회용 배달용품 사용 안 하기 △일회용 세탁비닐 사용 안 하기 등, 썩는 데만 500년 이상, 소각 시 각종 발암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폴리에틸렌 소재 제품을 쓰지 않으면 된다.
또 서울시는 앞으로 시나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된다는 단호한 메시지와 함께 “사소한 실천이 모여 지구를 살리는 거대한 결실로 나타나길 바라본다”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덧붙였다.
비닐 사용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듯, 주최 측이나 시설물을 담당하는 기관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환경교육’ 행사를 마치고 우산을 감싸고 있던 불투명한 비닐을 벗기는 고사리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leesu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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