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발전과 환경보호, ‘천적’과 ‘공생’ 사이
[기자수첩] 경제발전과 환경보호, ‘천적’과 ‘공생’ 사이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09.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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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경제관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미 기술발전은 인류가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수준에 도달한 만큼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의료기술 정도가 아니라면 더 이상 과도한 기술발전은 필요 없다는 생각.

물론 인류가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철없는 생각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류가 상당한 기술발전과 경제발전을 달성했다고 더 이상 성장을 포기한다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여러 번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 특히 한국인들의 발전과 성장에 대한 욕심은 다소 맹목적인 게 사실이다. 얼마 전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하면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당연히 환경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고 강원도청과 양양군청,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환경부를 강하게 규탄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솔직히 양양군 관계자들의 이런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실현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오색케이블카 사업보다 더 극심한 환경훼손 사례가 널려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양양군 관계자가 아닌 일부 국민들 중에도 “전국적으로 환경을 훼손하면서 골프장, 스키장, 송전탑 등 각종 시설물은 수없이 설치하면서 유독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불만스러운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는 그 표현 방식이 너무 과하다는 것. 오색케이블카추진위는 19일 군민 결의문을 통해 군과 도의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과 별개로 대정부 투쟁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설악산에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진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환경정화 및 관리활동 불참, 산악구조활동 등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38년 논란 끝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그 허탈감과 상실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는 남의 일이 아니다. 크게는 인류를 위해, 작게는 해당 지역민들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숙명적 과업이다. 경제적 측면 때문에 환경보호를 경제발전의 ‘천적’이라도 된다는 듯 볼모로 삼는다면 인류는 자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45년 이상 미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대기오염방지법’이 있어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도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1970년부터 2017년까지 6가지 일반적인 오염물질의 국가 총 배출량이 평균 73% 감소한 반면, 국가 총 생산은 325% 증가했다.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은 모두 인류를 위한 일이다. 이 둘이 ‘천적’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여야만 정상적인 인류 생존의 길을 계속해서 걸을 수 있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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