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충만한 '반지하게임즈'
가족 사랑의 게임사 '스튜디오 냅'
15년 한길 뚝심 '핸드메이드게임

'2019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탑 3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 사진 왼쪽부터 이요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2019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탑 3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개발자들. 사진 왼쪽부터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박성필 스튜디오 냅 공동대표, 김종화 핸드메이드게임 대표, 김홍근 구글플레이 사업개발매니저.(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19일 인디 게임계 국내 최대 무대인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3개 게임사 대표들이 기자들을 만났다.  

2019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올해 3월 접수를 받아 6월 결승전까지 3개월간 진행됐다. 2018년 1월 이후 구글플레이에 올라온 게임을 대상으로 혁신성, 재미, 디자인, 기술력과 품질을 평가해 최종 탑 3 게임사가 최종 선정됐다.  

올해 결승 수상자들은 ‘투잡’, ‘육아’, ‘15년 장기 개발’ 등 이색적인 이력이 눈에 띄어 특히 화제가 됐다. 구글 플레이가 19일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마련한 ‘탑 3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서는 대기업 게임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인디만의 독특한 면면을 만나볼 수 있었다. 

◇ ‘로스쿨 학생이 기획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반지하게임즈'에서 개발한 ‘서울 2033: 후원자’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반지하게임즈'에서 개발한 ‘서울 2033: 후원자’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반지하게임즈’는 고등학교 학창시절 친구 세 명이 기획, 개발, 디자인을 각각 맡아 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 로스쿨 학생인 이유원 대표를 비롯한 팀 전원이 본업을 병행하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팀 전원이 짬짬이 시간을 내 주 1회 모여 작업하는 환경에서도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날로 망하자’를 모토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이유원 대표는 “인디게임의 묘미는 원하는 콘셉트를 만들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게임계 트렌드를 좇지 않는 소위 ‘B급’ 감성을 추구한다. 반지하게임즈라는 사명도 번듯한 외형보단 세상에 없는 색다른 게임을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에 탑 3에 입선한 작품인 ‘서울 2033: 후원자’도 책을 읽는 듯한 독특한 포맷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생존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 유저는 선택지를 받으며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는 스토리를 진행하게 된다.

이 대표는 “서울 2033: 후원자의 경우 게임인데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글만 빽빽해 이게 시장에서 통하겠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우리는 이미지를 넣기보단 오히려 좀 더 폰트를 보기 좋게 바꾸고 앱에 책장 넘기는 듯한 이펙트를 넣었다. 시장에선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라고 밝혔다.

텍스트 위주의 포맷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낳기도 했다. 게임이 텍스트 위주인 것을 감안해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 있게 음성으로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넣은 것이다. 덕분에 한동안 장애인 카페에서 입소문을 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인디 게임은 대중성, 상업성에 눈치 보지 않고 내 소재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서 “법 공부를 하면서도 버그 고칠 생각에 골치가 아프기도 하지만 과감한 도전을 하고나면 뿌듯해 계속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아이가 잠든 사이 개발한 게임’

'스튜디오 냅'의 '카툰 크래프트'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스튜디오 냅'의 '카툰 크래프트'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스튜디오 냅(nap)’은 자택에서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업무를 시작한다’는 가정 지향적(?) 콘셉트를 표방한 박성필 대표 부부 개발사다. 2012년 첫 작품 ‘대리의 전설’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왔다.

스튜디오 냅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카툰 크래프트’도 부부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작품이다. 부부의 학창시절 추억의 게임 ‘워크래프트2’의 느낌을 게임 곳곳에서 살렸다.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드문 RTS 본연의 컨트롤 방식을 차용한 것도 워크래프트2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이날 행사의 질의응답에서도 박성필 대표의 답은 항상 아내나 아이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육아와 게임 개발을 병행하면서 생기는 애로사항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진의 “개발 과정에서 부부간 이견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하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수용하는 것”이라며 “그래픽 오류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아내가 만든 부분이라 수정할 수 없었다. 납작 엎드려서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답”이라고 답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가정은 그에게 삶의 단편이자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처럼 보였다.

박 대표는 차기작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얻었다. 색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유아용 그림그리기 앱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룸즈 시리즈, ‘15년 인내의 산물’  

'핸드메이드게임'의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핸드메이드게임'의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 화면.(이재형 기자) 2019.9.19/그린포스트코리아

‘핸드메이드 게임’은 독립, 실험, 장인 정신을 고집하며 마치 장인처럼 게임을 ‘깎는’ 스튜디오다. 실제로 김종화 대표 1인이 개발, 기획까지 겸하고 있으며 이번에 올해 소개된 룸즈 시리즈도 15년간 한 땀 한 땀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가늘고 길게 게임을 만들어왔다. 학업 기간도 있었고 파트타임, 풀타임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게임 개발을 놓지는 않았다”면서 “때론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나의 콘텐츠에 대한 믿음이 있어 지속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룸즈’ 시리즈는 그가 15년 전 만화 칸을 오고가면서 이야기를 펼치는 ‘익사이팅 러브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게임이다. 이번에 입선한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도 그림 퍼즐처럼 움직이는 방에서 캐릭터가 오고가며 모험이 펼치는 내용이다. 플레이어는 방 안의 사물을 적절히 사용해 탈출구까지 도달해야 한다. 

룸즈 시리즈는 현재 한국, 미국, 영국, 유럽, 독일, 일본 등 8개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전체 게임 매출의 60%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고, 해외 게임 사이트에서도 종종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15년간 한 가지 게임 시리즈만 만들어온 김 대표. 그만큼 룸즈 시리즈에 대한 애정도 크지만 이제는 새로운 게임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룸즈 이후에 새 겜을 만들 계획이 있다. 15년간 개를 키웠는데 그 경험을 차용해 유저가 개가 되는 ‘견생’을 체험 게임을 구상하고 있다. 각 애피소드를 만들어서 그 일화를 게임으로 체험하며 스토리텔링을 풀어가면 재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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