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센서로 공정 오류 잡고, 빅데이터로 즉각 솔루션
3‧4‧5종 사업장 관리 허점 투성...관리 대행 서비스 필요
사고 전에 미리 프로세스 관리...녹색 일자리 창출도

대기환경 119의 오윤기 대표가 IoT 기반 대기오염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철호 기자) 2019.9.13/그린포스트코리아
대기환경 119의 오윤기 대표가 IoT 기반 대기오염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철호 기자) 2019.9.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지난 6월, 강원 삼척시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 삼척발전본부에선 분진 집진기(공기 중 먼지 처리 장치)가 폭발해 현장 인근의 협력업체 직원이 2도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5월에는 대전의 한전원자력연료 건물에서 집진기 용접 중 폭발사고로 근로자 3명이 상체에 화상을 입었다. 집진기 남은 먼지가 용접기에 반응하면서 폭발한 사고로, 설비 내 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매년 집진 시설과 관련해 안전사고와 화학물질 유출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사후 땜질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 프로세스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된 탓에 가끔 있는 점검에서 적발되면 좋고 아니면 마는 ‘복불복’식 관행이 되풀이되는 탓이다. 그나마 적발되는 경우도 보통 과징금 수준에 그쳐 “차라리 이 돈 내고 오염물질 배출 하는 게 싸게 먹히겠다”라는 말도 나온다. 정작 오염원에 노출되는 근로자와 일대 주민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이런 와중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기반으로 실시간 대기오염 관리 시스템을 선보인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규모가 영세한 공장에서도 ‘스마트팩토리’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2019 에코톤 환경정보 ICT 아이디어·활용 공모전’에서 제품‧서비스 개발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스타트업 기업 ‘대기환경 119’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기환경 119 사무실에서 오윤기 대표를 만나봤다. 사회생활 첫발을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시작한 오 대표는 자신을 전략컨설팅 분야에 10년 넘게 몸담아온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던 중 포스코 집진기 유지보수 관련 컨설팅을 계기로 전국 공단을 인터뷰하면서 환경 문제에 발을 들이게 됐다. 대기환경 119는 그가 벌써 5년째 환경정보‧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와 씨름하면서 쌓아온 노력과 경험의 총본산이다.

Q. 대기환경 119, 마치 소방 구조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이름이다

사설 경비는 ADT 캡스, 해충 방제는 세스코에 맡기듯, 공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은 우리가 대신 모니터링해주고 문제 시 출동해주겠다는 서비스 취지를 담았다. 일종의 환경 관리 대행업인 셈이다.

Q. IoT(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전국의 공장을 분석한다고  

각 공장에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IoT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상태를 진단하고 측정 데이터를 중앙의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AI는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대기오염 방지시설’의 노후화 정도, 사고 가능성, 유지보수 비용 등을 전국에서 받아 분석하고 가장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사업주는 통합 상황판을 통해 솔루션을 받고 우리의 추가 관리 서비스를 받을 건지만 선택하면 된다. 추가 서비스는 환경 전문 인력이 출동해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수리하거나 더 필요한 설비, 혹은 불필요한 설비를 진단하고 소모품을 교체해주는 것 등을 의미한다.

Q. ‘대기오염 방지시설(이하 '방지시설')’, 생경한 내용인데 설명을 부탁한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각종 공정에서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공장이라면 이런 오염물질을 각 공정에서 흡입기로 빨아들여 ‘방지시설’로 보낸다. 집진기도 방지시설의 일부인데, 오염물질을 흡착, 연소, 포집 처리하는 이런 설비 한 대당 건물 3~4층 규모라고 보면 된다. 설치 비용만 못해도 1억원 이상 드는 핵심 설비다.   

국내 어느 산업단지에 설치된 방지시설.(이재형 기자) 2019.9.13/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어느 산업단지에 설치된 방지시설.(이재형 기자) 2019.9.13/그린포스트코리아

방지시설로 옮겨진 오염물질은 탈 황산화물, 탈 먼지, 탈 질소산화물의 순서로 정화되는데, 문제는 언제나 관리다. 각 순서에서 정화 설비가 설계된 만큼 효율을 못 낼 수 있다. 오염물질을 전송하는 통로가 막히거나, 정화를 위해 분사하는 약물이나 촉매가 떨어졌거나, 단순히 기계에 기름칠을 안 해 삐걱거리는 것 등. 

각 설비에서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사고의 잠재적 원인이 된다. 가령 방지 장치 중 하나인 ‘백필터 집진기’는 공기청정기처럼 필터로 먼지를 거르는데, 이전 단계에서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오염물질이 옮겨 붙으면 화재나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전국을 돌며 공장 실태를 조사하다보니 폭발 사고가 발생한 현장도 목격할 수 있었다. 아까 방지 시설이 건물 한 채 규모라고 했는데 사고가 나면 건물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공장 일대에는 마치 눈이 온 것처럼 재가 날리고, 나뭇가지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이곤 한다. 

Q. 그동안 민간 공장들이 관리를 안한 것인가

공장 규모에 따라 쟁점이 조금 다르다. 현행법은 대기오염물질의 연간 발생량에 따라 국내 공장을 1~5종 사업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80톤 이상 1종, 80톤 미만 20톤 이상 2종, 20톤 미만 10톤 이상 3종, 10톤 미만 2톤 이상 4종, 2톤 미만은 5종인 식이다.  

대형 제철소, 발전소 등의 1‧2종 사업장은 지금도 방지 전문 인력만 수백명을 투입하고 연간 수백억원을 방지 시설에 투자해 규모도 아파트 한 개 단지를 방불케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까. 이렇게 투자함에도 워낙 배출량이 많아 가끔 사고가 터지면 언론에 오르는 정도다. 

문제는 국내 6만여개 공장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3‧4‧5종 공장이다. 사실 현행법상 공장 설립 인가가 환경설비에 대한 규제치를 확보한 경우에만 떨어지기 때문에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관리 인력이 부족해 설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선 총무부장이나 경영기획실장이 환경관리도 겸하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른 업무에 밀려 정작 핵심설비에는 소홀해지는 배경이다. 

Q. 직접 목격한 사례가 궁금하다

어떤 공장은 방지장치가 제기능을 못해 공기 중 염화수소 농도가 기준치를 한참 넘기기도 했다. 염화수소가 누출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한 경우 만성 기관지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투자는 하는데 설비 원리를 몰라 효과를 못 보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탈진은 먼지의 유량을 필터에 충분히 공급해야 의미가 있다. 공기청정기도 필터가 열심히 돌아간다 한들 필터에 먼지를 전할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으면 효과가 없지 않은가. 집진 효율도 마찬가진데, 필터로 먼지를 보내는 기압은 손보지 않고 필터만 늘려봐야 소용이 없다.

사실 현장에 가보면 방지시설이 부족해 발생하는 오염도 문제지만 투자 방향을 잘못잡아 견적이 많이 나오는 오버 엔지니어링(over engineering) 폐해도 상당하다. 어떻게 하면 규제에 맞게 설비를 최적화할 수 있을지 감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테크'도 세법 내에서 가장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개념이고, 그런 목적으로 세무사에게 자문을 받는 것 아닌가. 대기환경 설비도 마찬가진데, 환경 전문가가 드문 것은 사업주에게도 적지 않은 비극인 것 같다.

Q. 정부나 지자체의 공단 관리‧점검 차원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일까

어떤 공장에 잠재된 문제를 발견하려면 방지장치를 비롯한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전국에 존재하는 산업단지는 총 1206개, 입주업체는 10만개가 넘는다. 단지마다 100여개 업체가 모여 있는 셈인데 이들을 관리할 상주 공무원은 2~3명꼴. 지속적인 단속, 점검은 고사하고 각 사업장에서 자체 조사한 서류를 훑어보기에도 바쁜 게 현실이다. 

Q. 왜 대기오염은 관리가 허술한가

역시 비용 문제 아니겠는가. 같은 환경이면서도 대기오염과 가장 대비되는 사례가 오‧폐수 처리다. 수질 문제는 공공폐수처리시설이 잘 정착돼 사업장들이 일정 분담금을 내고 외부 처리 업체에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시설 한 개만 설치하면 공동으로 운용할 수 있다 보니 규모의 경제성이 있다. 반면 방지시설은 각 사업장마다 설치된 탓에 관리 비용도 사업장 별로 발생한다. 자연히 관리 수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어느 산업단지의 방지시설에 오염물질이 그득이 쌓여있다. 제때 관리가 안되고 방치된 것으로, 이렇게 쌓인 오염물질은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이재형 기자)
국내 어느 산업단지의 방지시설에 오염물질이 그득이 쌓여있다. 제때 관리가 안되고 방치된 것으로, 이렇게 쌓인 오염물질은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이재형 기자)

Q. 대기환경 119가 주목한 부분도 경제성이라고 들었다

폐수를 공동 시설로 관리하듯이 IoT 플랫폼이 대기오염 물질 통합관리의 가능성을 열기 때문이다. 3‧4‧5종 사업장이 IoT 센서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우리가 구축한 서버를 공용화하면 다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빅데이터는 투입되는 정보량이 증가할수록 AI 역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수록 분석 품질은 더 좋아진다. IoT 센서 설치비용만 부담하면 여러 사업장에서 축적된 관리 노하우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Q. 녹색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도 생긴다고 

언뜻 보면 AI가 시설 관리자 일자리를 빼앗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제도적으로 모든 공장은 1명 이상 환경 기술자를 보유하거나 외부업체에 관리를 위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금은 대체로 고용하는 분위기인데, 환경전문가가 드물다보니 인건비가 비싸다. 사업주들은 이 돈 주고 환경만 맡기기는 아깝다고 생각해 다른 업무도 떠넘기곤 한다. 아예 회계, 경영지원 직원을 한 명 덜 뽑고 고용이 강제된 환경 기술자에게 상시 맡기는 경우도 생긴다. 자연히 방지시설 관리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통합관리 플랫폼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직 대기환경만 전담하는 전문가를 산업단지당 10명 정도 고용하고 이들에게 관리를 위탁하면 된다. 우리가 만든 IoT 인프라가 어디가 문제인지 실시간으로 짚어주기 때문에 이들 환경 전문 인력은 집진기 내부를 헤매거나 100여개 공장을 순찰할 필요가 없다. 최소의 인력, 비용으로 단시간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은퇴한 환경설비 경력자를 고용하면 인력 충원도 쉽다.

공장 입장에서도 위탁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가능해진다. 대기환경 기술자 인건비를 아껴서 핵심 역량에 투자할 여지가 생긴다. 대기환경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Q. 친환경 경제 생태계, ICT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환경법은 아주 잘 만들어져 있고 현장의 설비도 미비돼지 않았다. 단지 관리의 문제인데, 기존 규제가 간헐적인 단속에 의존해 사업자들에게 ‘피해야 하는 존재’였다면 앞으로의 규제는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환경 관리와 경영을 효율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 오염 물질이 쌓이고 폭발한 후에야 손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실시간 프로세스 관리로 ‘골든 타임’을 챙기게 된 것. 나는 이것을 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이라고 부른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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