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숫자는 1990년 101만 가구에서 올해 572만 가구로 여섯배 가까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장보기나 집안일은 온라인 서비스 등을 활용해 간편하게 해결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솔로 이코노미’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일본드라마에 재미를 붙인 ‘일드팬’이라면 한글자막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다 좌절해본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인터넷 일본드라마 카페를 본거지 삼아 활동하는 일본어 능력자들에게 자막 제작을 요구했다가는 카페에서 쫓겨나거나 징계를 당하기 일쑤다. 떳떳하게 돈을 주고 보고 일본드라마를 싶어도 방법이 없어 곤란했던 이들을 위한 모바일 앱이 나왔다. 

지난 10일 스마트폰에 ‘도라마코리아’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일본 방송콘텐츠를 독점 수입해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이하 OTT)를 제공하는 도라마코리아의 앱이다. 별도의 회원비를 받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날 새벽에는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서비스 오류가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10월 앱 출시 이후 1년 만에 9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스마트폰에서 도라마코리아 앱을 실행시킨 모습. (김형수 기자)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폰에서 도라마코리아 앱을 실행시킨 모습. (김형수 기자)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2017년 4분기 드라마 6개 작품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도라마코리아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2019년 3분기 현재 75개 작품으로 11배 넘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 ‘먹방’ 열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고독한 미식가 시즌7’을 한 편 보기로 했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고 있는 마츠시게 유타가 씨가 ‘고독한 미식가 시즌7’을 소개하는 1분 남짓한 예고편을 본 뒤 첫 화를 재생했다. 꼼꼼하게 이뤄진 한국화 작업이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 화면이나 간판에 적힌 일본어도 꼼꼼하게 한글로 바꿔놨다.

한국어로 옮기기 까다로운 일본어 말장난도 그 느낌을 살려 번역했다. 드라마 속에서 한동안 길을 헤맨 끝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발견한 이노가시라 고로는 “歩いた甲斐が有馬温泉(아루이타카이가아리마온센)”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를 직역하면 “걸은(아루이타) 보람이(카이가) 아리마온천(아리마온센)”이 된다. '~이 있다'는 뜻의 일본어 '~아리'와 일본 고베에 있는 유명 온천의 이름 '아리마온센'을 활용해 말장난을 친 대사라 직역하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 대사를 “걸은 보람이 있구만두”라고 의역해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시청자도 그 뉘앙스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도라마코리아에서 볼 수 있는 '고독한 미식가 시즌7'의 예고편. ('고독한 미식가 시즌7' 예고편 캡처)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도라마코리아에서 볼 수 있는 '고독한 미식가 시즌7'의 예고편. ('고독한 미식가 시즌7' 예고편 캡처)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화면 바로 아래 있는 자막off 버튼을 눌러 한글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원본 콘텐츠로도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재생/일시정지 버튼과 전체화면 닫기 등 콘트롤 버튼이 큼직해 원하는대로 조작하기도 쉬웠다. 손가락으로 전체 러닝타임 가운데 재생된 시간을 나타내는 붉은색 바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드래그해 되감기나 앞으로감기도 할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의 러닝타임이 30분 남짓인 짧은 드라마서인지 ‘고독한 미식가 시즌7’ 1화를 보는 동안 광고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개 에피소드당 총 3번에 걸쳐 15초짜리 광고 4개가 나온다는 도라마코리아 측의 안내와는 달랐다.
  
지난해 10월 도라마코리아는 ‘고독한 미식가’를 서비스하면서 남성 회원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도라마코리아에서는 현재 ‘고독한 미식가’ 시즌 1,5,7과 SP(스페셜 방송) 4편을 볼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30대, 40대, 10대, 50대 순으로 회원이 많다고 한다. 

OTT 이용자들은 OTT를 쓰는 이유로 편리함을 꼽았다. 지난 7월 공개된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의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66.3%)’, ‘다시보기가 편리한 점(43.9%)’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에(28.3%),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때문에(18.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롯데멤버스는 편리함뿐 아니라 차별화・개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OTT 서비스의 대명사격인 넷플릭스는 이달 초 이같은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10편 이상의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3월 내놓은 트렌드 리포트에서 “해외파트너들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로컬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생산하며 가입자 수 증가를 견인한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열린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서 10편 이상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제공)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열린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서 10편 이상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제공) 2019.9.15/그린포스트코리아

넷플릭스는 초능력 미스터리 액션 ‘보건교사 안은영’, 공상과학 로맨스 ‘나 홀로 그대’, 박나래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농염주의보',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간수업',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 게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킹덤’, ‘범인은 바로 너’의 후속 시즌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5일 열린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 참석한 로버트 로이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창작가들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의 예술적 감각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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