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8년 장영실 제작의 자동 물시계...천문 관측 용도
고증에 사학자 등 전문가 총출동...국립중앙과학관 전시

국립중앙과학관에 복원된 조선시대 자동물시계 ‘흠경각 옥루’의 모습.(국립중앙과학관 제공) 2019.9.9/그린포스트코리아
국립중앙과학관에 복원된 조선시대 자동물시계 ‘흠경각 옥루’의 모습.(국립중앙과학관 제공) 2019.9.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국립중앙과학관이 조선시대 자동물시계 ‘흠경각 옥루’를 복원했다고 9일 밝혔다. 당대 첨단 과학기술의 총본산이자 세종의 애민정신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흠경각 옥루는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시간을 알리던 자동물시계로, 왕립 천문 기구 ‘간의대’에 정확한 시각 정보를 전달해 관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능을 했다. 세종실록은 1438년 장영실이 경복궁 천추전 서쪽에 흠경각옥루를 설치했다고 전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 전통과학분야에선 581년만에 복원된 흠경각 옥루를 전시하고 있다. 조선후기까지 이어지는 자동시계 제작사의 원형을 혼천의와 기계시계장치가 결합된 형태의 천문시계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흠경각 옥루 복원사업은 윤용현 박사가 정부 과제 ‘장영실 자동물시계 옥루의 전시콘텐츠 개발 및 활용 연구’를 3년간 진행해 얻은 성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과학관을 주축으로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 전문가들이 협력해 문헌, 천문의기, 복식, 수목, 건축 등 고증을 살렸다.

‘세종실록’에 수록된 ‘흠경각기’에 잘못 기입된 글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옥루에 대해 서술한 흠경각기의 내용이 ‘동문선’, ‘신증동국여지승람’, ‘어제궁궐지’에도 실린 사실을 파악하고, 각 고문 간 대조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 또 흠경각 옥루 겉면의 시보장치가 4단이 아닌 5단 자동물시계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흠경 각옥루는 조선 신유교의 사상, 중국의 수차 동력장치, 이슬람의 인형 구동장치 등 당대 각국의 선진 과학기술과 조선의 정치사상을 융합시킨 시대적 기념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하늘이 정해주는 시각의 중요성, 천문과 지리와 인간의 조화를 상징하는 철학적 의미가 뜻 깊다.

세종은 백성들의 농사활동을 묘사한 ‘빈풍도(豳風圖)’도 옥루 옆에 설치했는데, 천지운행의 차고 기우는 이치를 살피면서 백성이 농사짓는 어려움을 느끼라는 의미로 알려졌다. 백성의 삶의 질을 농본정치의 최우선으로 삼는 경세제민의 취지를 엿볼 수 있다. 흠경각 옥루는 단순 시계가 아니라 하늘을 본받고, 시의에 순응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는 인후한 덕을 표현한 기념물인 셈이다.

정병선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세계 기계시계발달사에 한 획을 긋는 흠경각 옥루가 600여년 만에 복원 된 것은 국민들에게 자긍심 고취는 물론 관련분야 전시산업 육성 및 해외 전시를 통한 과학한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며 “옥루의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께 선보일 방법을 강구하고, 연구 결과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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