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숫자는 1990년 101만 가구에서 올해 572만 가구로 여섯배 가까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장보기나 집안일은 온라인 서비스 등을 활용해 간편하게 해결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솔로 이코노미’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밥을 먹으려면 조금 비싼 윗층 식당가나 다소 정신없는 지하 푸드코트 가운데 한 곳으로 가야했던 백화점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늘어나는 ‘혼밥족’을 겨냥해 의자를 치우고 혼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매장을 본점에 열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에 자리를 잡은 ‘소시지 스탠딩 바’를 찾았다. 롯데백화점이 육가공 전문업체 ‘오뗄’과 손잡고 지난달 초 오픈한 소시지 전문 매장이다. 백화점에서도 ‘혼밥’을 즐기는 직장인 고객들이 많아지는 트렌드에 발맞춰 개발한 식음료매장 모델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6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1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직장인 가운데 23.6%는 ‘점심을 혼자 먹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혼밥’을 하는 이유로 ‘혼자 먹는 것이 편해서(51.1%)’, ‘다들 따로 먹는 편이어서(27.4%)’ 등을 꼽았다. 

롯데백화점은 오뗄과 협업해 ‘소시지 스탠딩 바’를 열었다.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백화점은 오뗄과 협업해 ‘소시지 스탠딩 바’를 열었다.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매장 외곽을 따라 설치된 매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가 진열돼 있었다. 소시지가 놓인 쟁반이나 바구니 옆에는 어느 나라 스타일로 만들었는지 혹은 어떤 양념을 사용했는지 등을 적은 간단한 안내문구가 있어 하나하나 살펴보며 어떤 것을 먹어볼까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그릴링 소시지 29종, 중탕 조리 프리미엄 소시지 4종, 핫도그 소시지 2종, 꼬치 2종, 냉장 소시지 상품 11종 등 총 48종의 소시지를 판매한다. 독일 튜링겐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튜링거브랏 부어스트, 페파로니 향신료가 들어간 폴란드 스타일의 페파로니킬바사 등 이국적 소시지와 불고기당면소시지, 숯불고기맛부어스트 등 낯설지 않은 이름의 메뉴들이 있었다. ‘소떡소떡’, 핫도그 등 소시지를 활용한 먹거리도 눈에 띄었다.

 

흔히 빵집에서 하는 것처럼 쟁반에 종이를 깔고 원하는 소시지를 담아 계산하면 된다. 핫도그는 계산대에서 말하면 즉석으로 만들어준다. 소시지 개당 가격은 1800원~4500원선이다. 즉석 핫도그는 3500원에 판매한다. 소떡소떡과 탄산음료 한 캔을 집고 독일 튜링겐 핫도그를 주문하니 8000원이 나왔다.

롯데백화점 '소시지 스탠딩 바'에서는 총 48종의 소시지를 판매한다.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백화점 '소시지 스탠딩 바'에서는 총 48종의 소시지를 판매한다.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직원은 계산대 옆에 설치된 전자렌지에 '소떡소떡'을 돌려 데워줬고, 독일 튜링겐 핫도그는 주문한 지 3분 남짓 만에 나왔다. 매장 안에는 기껏해야 두 사람이 겨우 설 수 있을 듯한 작은 스탠딩 바가 두 개 설치됐다.

독일 튜링겐 핫도그는 육향이 잘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강도가 비슷한 바게트와 소시지, 머스타드 향이 잘 어우러졌다. 반면 소떡소떡은 소시지보다 떡이 딱딱한 데다 들큰하고 매콤한 소스 맛에 소시지와 떡의 맛과 향이 모두 가려져 다소 아쉬웠다.

점심시간을 맞아 목에 사원증을 걸고 휴대전화와 지갑만 들고나온 근처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직장인은 동료 몫까지 한 번에 사가는 것인지 매장에서 먹지 않고 서너개씩 핫도그를 포장해갔다. 스탠딩 바 옆자리를 차지한 중화권 여행객은 어디서 봤는지 소떡소떡을 갈비처럼 가로로 뜯으며 연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소시지 스탠딩 바'에서 파는 독일 튜링겐 핫도그와 소떡소떡.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소시지 스탠딩 바'에서 파는 독일 튜링겐 핫도그와 소떡소떡. (김형수 기자) 2019.9.7/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백화점은 스탠딩 바 매장을 열며 세웠던 목표에 비춰봤을 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 고객들이 많이 찾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가성비’가 좋아 하나를 사먹고 여러 개를 사가는 고객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혼밥’은 물론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지숙이의 혼밥연구소’, ‘낭만이 있는 혼밥’, ‘혼술남녀’ 등 관련 상표 출원건수도 덩달아 급증했다. 특허청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17개에 그쳤던 상표 출원 건수는 2017년 45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9월까지 출원된 상표도 38건으로 2013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곳은 곧 ‘혼밥족’과 ‘혼술족’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일정 주기로 스탠딩 바에 변화를 준다는 방침에 따라 ‘소시지 스탠딩 바’ 후속 매장으로 ‘참치 스탠딩 바’를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공사에 들어가 이번달 중순께 ‘참치 스탠딩 바’를 열 예정”이라며 “‘이춘복 참치’와 손잡고 참치를 먹으며 술도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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