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되는 담배폐기물, 유해물질 전소 안돼
미생물로 독성 100% 생분해...세계 최초 솔루션
서울, 구리 등에서 연간 수백만 꽁초 퇴비화

 
이지원바이오의 담배꽁초 수거함이 설치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이재형 기자) 2019.9.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지원바이오의 담배꽁초 수거함이 설치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이재형 기자) 2019.9.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직장생활에서 10여분의 ‘담배타임’은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흡연자들의 '힐링타임'이다. 깊은 날숨에 담배연기를 날려 보내고 일어서며 마주친 담뱃재. 잠시 불편하지만 이내 털고 일어선다. “담배는 원래 해로운 거니까”

하지만 담배 폐기물 문제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국내에서 연간 800억 개비의 담배를 소비하고 7000여톤의 담배폐기물이 발생한다. 폐기물은 대부분 소각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만 30억원에 달한다. 
 
소각하고 남은 유해물질도 문제다. 담배폐기물에 잔존하는 타르, 니코틴 등 유해물질 4000여종은 섭씨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태워야만 완전 소멸된다. 그러나 전국 소각장 대부분은 화력이 1000도에 못미친다. 타다 남은 발암물질이 환기구를 타고 소각장 일대에 퍼지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소각을 대신할 친환경 대책은 요원한 걸까. 사실 전기료를 매달 3000원만 들이면 유해물질을 100%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있었다. 그것도 국내 아주 가까운 곳에.

국내 기업 ‘이지원바이오’는 담배꽁초를 미생물로 생분해시켜 기능성 퇴비를 생산하는 수거 기기를 지자체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 설치된 이지원바이오 제품 3기는 매일 3000개꼴로 담배꽁초를 받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만 꽁초가 100만개 이상 쌓이는 셈이다.

기기에 들어간 담배꽁초는 프로펠러에 갈린 후, 미생물이 담배 종이와 잎을 먹어치우고 퇴비 원료를 배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투입부터 생분해까지 공정에 필요한 시간은 5시간. 이후 경기 광주의 공장으로 수거돼 기능성 유기농 퇴비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지원바이오의 담배꽁초 생분해 기기 내부 모습.(자료사진)
이지원바이오의 담배꽁초 생분해 기기 내부 모습.(자료사진)

이지원바이오에서 생산하는 퇴비는 공원, 골프장, 체육관, 가로수 등 조경용으로 주로 판매되고 있다. 퇴비에 함유된 니코틴 성분이 뱀, 해충 예방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면서 수익이 나면 전국 227개 지자체에서도 추가 세수와 보조금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지역 폐기물을 소각하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재활용을 하면 오히려 보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민원인들이 오가는 청사 일대도 한결 깔끔해졌다. 특히 쓰레기통에서 풍기던 담배 냄새가 사라졌는데 수거함의 미생물이 탈취효과도 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일대 환경미화원은 “수거함이 생기자 흡연자들 문화가 바뀌었다. 담배꽁초, 가래침, 그 외 쓰레기가 줄면서 청소할 때 담뱃재가 날리지 않아 편해졌다. 예전엔 담배꽁초가 하수구 망에 수북이 쌓였었는데 그것도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지원바이오는 현재 서울시청, 경기 구리시청, 경남 하동군청, 경남 양산의 넥센타이어 공장 등과 거래하고 있다. 기기 수리부터 폐기물 수거까지 총 관리비는 월 10만원 꼴. 회사의 이익보단 신사업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시장 개척을 위해 최저비용만 받고 있다.

고건호 이지원바이오 대표는 "다음 세대에 더 좋은 국토를 물려주지는 못해도 더 망치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게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담배가 환경을 덜 해치는 대안이라도 전국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지원바이오는 앞으로 지자체 환경과, 공원녹지과, 청소과, 자원순환과, 보건소로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친환경 비전을 보다 폭넓게 공유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서울 소재 대학교와 협력해 캠퍼스 내 담배폐기물 재활용 등 사회적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해외에서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미생물을 이용하는 사업모델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며 “지금은 기술이 생경하지만 앞으로 산업이 커지면 고유 균을 보유한 우리나라 국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종자 특허는 미국, 일본에 밀렸지만 미생물은 역수출로 반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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