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수만대 확대되는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ICT 연결성 통해 낭비 줄이고 수익은 늘어
'우리 것' 개념 통해 환경파괴적 산업 극복

대표적인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킥고잉'.(킥고잉 홈페이지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킥고잉'.(킥고잉 홈페이지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가을 초입에 접어드는 1일, 주말 도심 거리에서는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무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주중에는 직장인,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는 공유자전거로 통근하는 인구가 늘면서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같은 유행어도 다시 뜨고 있다. 이들은 출근길 교통 정체는 피하고, 장거리 운행과 언덕길에 대한 피로감 없이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바야흐로 시대는 지하철, 버스, 택시 중심의 대도시 교통 체제에서 편의성과 재미를 무기로 개인 이용자를 사로잡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래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전동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 중 자전거보다 크고 경자동차보다 작은 것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산업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1~2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마이크로 모빌리티 보급 대수는 50만대 이상, 이용자 수는 35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본래 르노삼성의 1~2인승 전기자동차 모델 ‘트위지’와 같은 초소형 자동차에서 시작했지만, 국내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접근하기 쉬운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스마트 모빌리티’가 주목받고 있다.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국내 시장의 80%이상을 점하고 있는 트위지 조차 작년 1500대 판매에 그친 반면, 스마트 모빌리티는 2020년 20만대 보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중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GPS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리에서 대여하는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산업이 가장 활발한 서울시에는 따릉이, 고고씽, 카카오 T바이크 등 10여개 사업자가 진출해있다. 이들이 운용 중인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각각 2000여대, 1만여대에 달하며, 또 올해 안에 운용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싱가포르의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기업 ‘빔’이 1000대 규모 전동킥보드 진출을 예고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유 모빌리티 사업은 시내 단거리 이동 고객을 타깃으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사실 시간당 이용료가 적게는 4000원, 많게는 6000원 꼴인 공유 모빌리티는 긴 거리를 장시간 이동하는 수요에게 별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그러나 지하철 역간의 거리, 차량이 진입하기 애매한 좁은 길목처럼 걷기는 애매하고 버스를 타기는 과한 소소한 이동에 안성맞춤이었다. 도착 후에는 무게 20kg의 모빌리티를 이고 다닐 필요 없이 도처에 마련된 주차공간에 갖다 놓기만 하면 그만이다.

인터넷에 이용기 영상을 남긴 한 유튜버는 “전동킥보드는 소위 ‘퍼스트-라스트 원 마일’(전체 이동거리 중 시작 직후와 도착 직전의 짧은 거리)이라 부르는 짧은 거리에서 교통수단 공백을 메꿀 때 이용하면 편하다. 기다리는 시간 없이 주차된 킥보드에 QR코드를 입력하고 이용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 전동킥보드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 5만여개를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유튜브에 전동킥보드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 5만여개를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은 최적 생산을 통해 최대 다수가 혜택을 보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다. 누구나 내 것이 아닌 공동의 것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제를 바탕으로 모든 개인은 물건을 직접 소유, 소비할 필요가 줄게 된다. 공유 자원을 값싸게 이용함으로써 개인들은 같은 소득으로도 보다 많은 풍요를 누리는 구조다. 또 공급자는 초과 공급으로 인해 창고에 쌓여있던 유휴자원을 활용하고 수익을 낼 방법이 생겨 한층 부유해진다. 시장은 적은 재화량으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보다 효율적인 구조로 진화한다. 즉, 많은 소비가 곧 기업의 수익 증가를 의미했던 산업자본주의시대와 작별하는 것이다. 특히 ICT 기술은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탐색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플랫폼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 공이 크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선 소비 대중을 만들고 대중들이 소비하도록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주의가 돌아갔다. 과잉생산에 따라 자연파괴가 일어나고 자연을 낭비하는 구조”라며 “이렇게 불필요한 욕망을 부추기고 남는 건 쓰레기뿐이었고 또 그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서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산업자본주의가 가진 환경 파괴적이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사회와 작별하기 위해선 사람들 간의 신뢰에 의한 사회적 자본이 기반이 돼야 한다”면서 “이는 내 것 아니면 남의 것이라는 사유재산의 개념을 넘어 ‘우리 것’이란 공통의 관념을 엮고 함께 축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회 경제에서 사회적 연대의 의미는 ‘환경’을 주제로 확산되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기업들은 고객들이 내연기관 대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한 시간을 ‘우리가 함께 줄인 미세먼지’ 개념으로 공개하고 있다. 자본의 문턱으로 분리됐던 인프라가 대중에게 열리면서 이용자들은 일상의 경제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의 공익 가치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산업경제사회에선 내 것과 네 것만 존재하는 '제로썸' 관계였다.(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산업경제사회에선 내 것과 네 것만 존재하는 '제로썸' 관계였다.(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2019.9.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러나 과도기를 맞은 우리 사회는 아직 제도적, 사회적으로 성숙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고장난 자전거에 이용자가 실망하기도 하고, 일부 이용자가 사유화할 목적으로 건물 내에 주차해 다른 사람들은 GPS에 뜬 킥보드를 찾아 한참 헤매는 경우도 있었다. 

제도상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전동킥보드와 전동휠은 현행법상 도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속 25km이하의 속도의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들과 나란히 도로에서 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교통흐름을 방해해 체증을 유발할 수 있고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유경제가 경제적 문턱을 낮추면서 미성숙한 경제주체가 사회적 손실을 낳을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5일에는 서울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주행하던 전동킥보드와 부딪히는 사고로 인해 팔, 다리에 화상을 입고 손등 뼈가 조각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사회 통념상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경우보다 운전자들의 규범을 소홀히 하는 탓이다. 헬멧 없이 주행하는 것도 불법이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헬멧이 자전거나 킥보드에 동봉되지 않고 이용자가 각자 구비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신 교수는 “사유재산이라는 개념만 있던 사회에서 공통의 관념을 엮어나가기 위해 축적의 과정이 필요하다. 가령 공유자전거가 아무리 많아도 사회 인식이 니 것, 내 것이라는 인식에만 머문다면 공적 기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쓰레기만 양산할 것”이라며 “그러나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듯, 사회도 큰 그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진통을 겪게 된다. 공유경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시민이 함께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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