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선물을 받으면 대개 고맙고 기쁩니다. 그렇다면 뇌물은?"

 

 

며칠전 제 앞으로 택배 물건이 배송중이라는 문자가 떴습니다.

전혀 내용을 아는 바가 없어 가족방에 물었더니 모르기는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아이는 스팸일 수 있으니 어서 지우라고 해서 서둘러 삭제까지 했지요.

그런데 택배는 왔고 퇴근후 보니 전 직장 후배가 추석이라고 보낸 올리브 오일 두 병이었습니다. 

신경쓸 곳 많을텐데 미안하고 고맙다, 잘 먹겠고 소주 한잔 사마고 문자로 인사를 전했습니다.

가격대도 그렇고 우선 주고 받는 사람들이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으니 그야말로 선물(膳物)일 것입니다.

요즘은 잠잠합니다만 3·5·10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왈가왈부가 많았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선물이고 어디부터가 뇌물이냐?", "9만9000원은 적법이고 10만1000원은 불법이냐?" 등등 말입니다.

어제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특히 이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2심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말 3필 구입비 34억원과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인정했습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하급심과 상급심 판단이 다른 경우는 적지 않게 접하지만 이렇게 180도 다를 수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됩니다.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해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 뇌물(賂物)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선물과 뇌물의 경계라는 것이 두부 모 자르듯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됩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겠지요. 

파기환송심 판결은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날 것으로 법조 쪽에서는 예상한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부진에다 오너 리스크까지 겹친 삼성은 힘든 후반기를 보내게 생겼습니다.

추석이 9월 13일 금요일이니까 내주에는 늘 그렇듯 수많은 택배 차량과 오토바이가 거리를 지나 다니겠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받는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느끼는 경우라면 그건 제대로 된 선물이 아닙니다

객쩍은 소리 하나 합니다.

명절이라 과일이나 생선이 선물로 좋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도 주고 받는 배송과정에서 잘못되는 경우를 몇 번 겪었습니다. 

쌀을 강추합니다.

밥 안 먹는 사람도 없고 가격대 무난하고 변질 그런 것 별로 없고해서인지 싫어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O..."비공식이지만 세계 신기록 수립이라...정말 장하고 대견합니다"

 

 

월드 넘버원 고진영(24)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갖고 있던 110개 홀 연속 '노 보기' 라는 세계 기록을 깼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CC(파72·647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첫날 1라운드 였습니다.

고진영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의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9번홀 짧은 파 퍼트를 실수하면서 보기를 기록, 114개홀로 연소 '보기 프리' 행진을 끝냈습니다.

4언더파 68타로 중위권입니다만 나흘 경기중 첫날 성적이니까 별 일은 아니고... 

이번 포틀랜드 대회 전까지 106개 홀 연속 보기 없는 경기를 이어왔던 고진영은 초반 8개 홀까지 잘 버텼습니다만(?) 9번홀에서 아차차 한 것이지요.

'연속 홀 노 보기' 기록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LPGA 투어 등에서 공식 기록으로 집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역대 최고 기록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상 우즈(미국)가 2000년 달성한 110개 홀 연속 '노 보기'를 세계 기록으로 치는데 고진영이 신기록을 세운 것이지요.

유러피언투어(EPGA)에서는 2012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의 102개 홀 연속 '노 보기'가 많이 거론된다고 합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지난해 김자영(28)이 달성한 99개 홀 연속 '보기 프리'가 기록입니다.

고진영이 5개 홀 연속 '노 보기'로 111개 홀 연속 보기 프리를 기록하자 미국 현지 TV 중계에서도 우즈의 2000년 기록과 비교하는 자료 화면을 내보내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차라리 잘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떤 기록에 자꾸 신경쓰기 시작하면 몸이 움츠러들고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지지 않습니까.

이제는 마음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겠지요. 새로운 승전보를 기대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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