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처음엔 물론 낯설겠지만 아마 한 달 정도면 될 겁니다"

 

 

1984년 첫 직장으로 신문사에 들어갔을 때, 모든 게 낯설고 어설펐습니다만 호칭은 그 중에서도 너무 생소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알게됐는데 신문사, 방송사 마다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OO님'이라는 표현을 안 쓰는 건 거의 같았습니다.

김 국장, 이 부장, 최 차장 하고 고참 선임들을 부르라고 하는데 입에서 정말 잘 안 나왔고 조 선배, 홍 선배는 더 희한했습니다.

특히 정부 부처 출입할 때 공무원에게 '님'자 붙이지 말라고 교육을 세게 받았는데 숙부 정도 나이되는 분이라도 만날라치면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후배들은 예전과 달리 앞에 성을 안 붙인채 그냥 선배 선배 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얌마! 도대체 어느 선배를 부르는거야?"하고 화도 몇번 냈는데 다른 분야도 그렇고 거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진 듯 합니다.

수직적,획일적 직급 체계에서 탈피, 수평적이면서도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호칭 파괴'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상무-전무-사장으로 이어지는 군대식 질서 체계는 아무래도 '상명하복'의 개념이 강해 다양한 의견 도출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 직급 체계를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축소한다는 소식입니다.

이 결정이 신선하게 받아들여 지는 까닭은 현대차가 국내 대기업중에서도 군대나 경찰처럼 강한 위계질서로 상징되는 기업문화를 그간 견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우선 보고 체계가 크게 줄어들게 되고 이에따라 업무재량권은 당연히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호칭만 바뀐 채 업무 체계는 예전 그대로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 새로운 시도의 성패는 전적으로 그 회사 구성원들의 몫이겠지요.

CJ그룹이 사장부터 사원까지 시행중인 '아무개님' , 삼성전자의 심볼같이 된 '아무개프로'는 아주 정착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참 카카오는 모든 구성원이 상하 구별없이 영어 닉네임을 부르고 있습니다. 헨리, 캐서린, 밥, 조세핀 이런 식이지요.

호칭 파괴 또는 호칭 전환도 중요하겠지만 기업문화를 선진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각의 전환'이 선결과제일 것입니다.

 

 

O..."차량 번호 인식 카메라가 8자리는 '판독불가'로 읽는다면?"

 

 

요즘 차를 몰고 관공서나 병원, 백화점 등 어디를 가서 주차하더라도 카메라가 차량번호를 인식, 무인입차 하는 건 그야말로 '대세'입니다.

출차할 때는 무인정산기에 가서 주차요금을 내던지 또는 영수증을 리더기에 읽힌 후 나가게 되니 사람 구경할 일이 정말 별로 없습니다.

가끔이지만 어떤 차량의 뭐가 잘못됐는지 게이트 바가 안 올라가기라도 하면 뒷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가 나는 경우도 있지요.

관제센터 직원이 나오지 않으면 금방 엉망진창이 되고 서로 핏대(?)들을 올리게 됩니다.

'무인기기'에 이상하게 약한 저는 그럴 때마다 "그냥 사람이 하면 더 간단할텐데 왜 바꿔 가지고 이 난리를 치나"하고 푸념하곤 합니다.

과문한 탓에 잘 몰랐는데 오는 9월 2일부터 신규 발급하는 자동차 번호판이 지금의 7자리가 아니고 8자리라는 사실 아십니까?

늘어나는 자동차 등록 대수때문에 기존 7자리로는 수용이 어렵게 되어 이렇게 된다고 합니다.

'12가3456'이 '123나4567'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정작 문제는 앞의  예에 나온 것처럼 차량번호 인식카메라 업데이트 완료율이 지난 16일 기준 46% 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8자리 번호판을 인식해야 등록이 될텐데 절반 넘는 카메라가 '판독불가' 상태가 된다는 뜻이지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매달 15만대에서 16만대의 신규차량이 새 번호를 달게 되는데 이 차들이 주차하러 가면 카메라가 절반밖에 인식을 못한다?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자명합니다.

무인주차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징수원들이 거의 없어졌는데 새로 사람을 충원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을 것이고...

8자리 번호판을 단 차량이 당장 내주 월요일부터 나온다는 이야기인데 그 동안 손놓고 있다 "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다"는 정부의 처신은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도 아니고, 특히 추석 연휴가 코앞이어서 잘 안돌아 다니던 차들도 많이 왔다갔다할텐데 말입니다.

이런 일이야 말로 글자 그대로 홍보(弘報)를 잘 해서 미리미리 대비했어야 했는데 많이 늦은 듯 합니다.

뭔가 대책이 나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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