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 여러분! 담배꽁초, 쓰레기 아닌 자원입니다"
"연세인 여러분! 담배꽁초, 쓰레기 아닌 자원입니다"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8.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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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들, 교내 꽁초 수거함 설치...퇴비까지 100% 친환경
4주간 1300개비 수거...거리 깔끔해지고 미화원 노동 줄어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신더리에 수거함'의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신더리에 수거함'의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완, 박재하, 이채완 학생.(이재형 기자)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대중이 공공장소에서 불편을 공감해도 오랜 시간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에게 책임이 없고, 나의 수고로 환경이 개선된다고 한들 뚜렷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탓이다.

길거리 간접흡연 문제도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건강권이 지난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특별히 나서는 주체 없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뚜렷한 흡연 부스 표준이 없다보니 이따금 흡연자들이 모인 골목에는 담배연기가 떠돌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이맛살을 찌뿌리고 잠시 숨을 참으며 피해갈 뿐 우리 삶을 개선하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환경을 향한 작은 실천이 보기 드문 요즘,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노변에는 샛노란 색깔의 조금 특별한 수거함이 있어 오고가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신더리에(cinderier) 수거함'은 담배 꽁초 무단투기를 줄여 교내 환경을 개선하고자 설치된 담배꽁초 재활용 수거함이다. 연세대 학생인 이채완, 조범수, 조승완, 박재하 4인이 뭉쳐 자발적으로 추진한 그린 캠퍼스 프로젝트로, 학생들은 수거함 제작, 설치부터 수거된 폐기물을 갈무리하고 재활용 업체에 보내는 작업까지 전부 직접하고 있다.

사실 교내에 담배꽁초 수거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내 쓰레기통에 딸린 수거함은 수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흘러넘치기 일쑤였다. 쓰레기통 일대 거리는 담뱃재로 검게 물들었고 환경미화원들은 1인당 수백 개의 꽁초를 매일 주워야 했다. 화단에 던져진 꽁초로 인한 화재도 문제였다.

그러나 신더리에 수거함이 설치되면서 굳이 바닥에 꽁초를 버릴 이유가 없어지자 거리는 뚜렷하게 깔끔해졌다. 수거함이 지난 7월 설치되고 4주 동안 처리한 꽁초량은 1300여개에 달한다. 원래는 길거리에 널브러져 공기 중에 재를 뿌리거나 하수도로 유입됐을 것들이다. 

담뱃재의 캐캐한 냄새와 가래침 얼룩이 줄어드는 효과도 체감했다. 적절한 수단을 제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든 접점을 찾은 대목이다.

이채완 학생(정치외교학과 2학년)은 "담배 한 개비에는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이런 유해물질은 단지 흡연 시에 그치지 않고 방치된 담배 꽁초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된다"면서 "이번에 수거함을 통해 뚜렷한 환경 개선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교내 유동인구가 느는 개강 후에는 더 큰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수거에 그치지 않고 후처리도 꼼꼼하게 따졌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연초 처리 업체들은 담배 폐기물을 소각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은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 물질을 공기 중에 흘려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 익산시의 장점마을에선 지역의 비료공장에서 연초박을 건조하면서 퍼진 독성물질로 인해 일대 주민들이 피부암과 폐암에 시달려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학교가 쾌적해진 댓가로 다른 국토가 오염된다면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소각이 아닌 미생물 공정으로 담배 속 유해물질을 전소하고 기능성 퇴비로 숙성하는 국내 업체 이지원바이오와 계약했다. 연초 폐기물 중 담뱃잎, 담뱃재, 종이는 100% 생분해해 화학비료로 만들고, 필터의 플라스틱은 분리용해를 통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료는 다시 캠퍼스 조경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부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다시 학교 환경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다.

'신더리에 수거함'이 설치된 연세대 중앙도서관 인근. 담배꽁초나 가래침에 얼룩져있던 거리가 깔끔해졌다.(이재형 기자)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신더리에 수거함'이 설치된 연세대 중앙도서관 인근. 담배꽁초나 가래침에 얼룩져있던 거리가 깔끔해졌다.(이재형 기자)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캠퍼스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호기심 하나로 시작한 프로젝트. 그러나 6월말부터 이들이 걸어온 여정은 기획부터 제작, 관리까지 어느 하나 순탄한 구석이 없었다.

먼저 학교 시설처를 설득하는 일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수거함이 아닌 이지원바이오의 담배꽁초 생분해 설비를 들이려고 했으나 안전문제로 반려됐다. 생분해 설비 가동 시 전기 케이블 등 설비가 필요한데 학생들에게 관리를 맡기기 어려워서 였다. 

제안서를 수정하고, 미화원 노조 등의 인터뷰를 반영해 사업에는 발은 들였으나 6월 말에 제작을 위해 찾은 청계천은 평균 나이 21.75세의 학생들에게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거래까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공업자들이 거부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가져온 도안이 너무 조악해 다시 그려오라는 것. 그 자리에서 업자들의 지적을 참고해 수거함 내부 그림과 길이 등을 세부화한 도면을 작성하고, 이후 캐드(CAD)도 배워 보다 그럴듯한 도안을 그려 냈다. 

간신히 도안을 제출했지만 예산도 문제였다. 청계천에서 부른 제작 견적은 200만원. 학생들 수중에는 교내 고등교육혁신원에서 지원받은 135만원이 고작이었다.

학생들은 난감했지만 세운상가 기술 중계의 컨설팅에서 출구를 찾았다. 세운상가에서는 디자인이나 도안을 갖고 방문하는 사업자에게 제품 견적, 가게 정보 등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한 공학 전문가의 제작 공정 및 재질에 관한 기술적 자문을 통해 대략적인 제작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이후 실제 거래는 전부 학생들의 발품이었다. 너나할 것 없이 7월의 폭염을 뚫고 청계천 수공업자들을 매일 같이 방문해 계속 단가를 협상했다. 요령이 쌓이자 스테인리스 교체통은 A 업체, 아크릴 판 제작은 B업체, 최종 조립 및 용접은 C업체에 맡기는 식으로 거래를 분할했다.

용접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자 뚜껑을 열어서 폐기물을 쏟아내는 개폐형 디자인에서 자석으로 교체통을 고정하는 디자인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협상을 거듭해 제작비 45만원에 수거함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더 견적을 최적화해 30만원 안팎으로도 제작이 가능해졌다.

조범수 학생(국제학과 2학년)은 "방학동안 팀원들과 함께 아침 9시에 청계천에 출근해 저녁까지 발로 뛰며 좌충우돌했다"면서 "그 결과 한 업체에 수거함 전체의 제작을 맡기면 단가가 비싸지만 부품별로 쪼개서 처리하고 용접만 마무리하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범수 학생이 세운상가에서 수거함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신더리에 동영상 캡처)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조범수 학생이 세운상가에서 수거함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신더리에 홍보동영상 캡처) 2019.8.25/그린포스트코리아

디자인에는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학생 여론 조사도 겸하는 목적으로 재미있는 질문지도 달았다. 가령 "올 여름 가고 싶은 휴가지는?"이란 질문을 수거함 상단에 붙여, '제주도'를 선호하는 사람은 왼쪽 통에, '오사카'를 선호하는 사람은 오른쪽 통에 담배꽁초를 버리게 했다.

아울러 그동안 캠퍼스를 쾌적하게 관리해온 환경미화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는 모금함도 달았다. 여기서 모인 돈 전액은 작업용 장갑 등 미화용품 구매에 사용된다.

박재하 학생(경제학과 3학년)은 "중앙도서관의 수거함은 프로토타입 모델로써 우리가 어렵게 제작했음에도 설치기간 동안 화재 등 우려됐던 문제없이 잘 진행됐다"면서 "추후 수거함은 화재 시 이산화탄소를 뿜는 캐니스터를 설치해 보다 안전을 강화하고, 재떨이를 추가해 이용자 편의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안서부터 설치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1달. 학생들은 다음주 예정된 성과발표회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고등교육혁신원에서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지원금을 활용했고, 또 어떤 성과를 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내주 결과에 따라 앞으로 이어지는 추가 지원금이나 대외 활동 지원 등의 추진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승완 학생(국제학과 2학년)은 "앞으로 중앙도서곤 이외에도 흡연 인구가 많이 몰리는 사회과학관과 공대 건물 인근에 수거함을 더 설치할 계획"이라며 "또 KT&G나 필립모리스 등 기업들과 서대문구와 협력해 교내 뿐만 아니라 학교 인근 지역사회에도 수거함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미 마땅한 자리 4곳을 물색했고 소유자와 협의가 된 상태"라고 계획을 밝혔다.

 

silentrock91@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