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결과 공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과정’ 등 미세먼지 정책평가

폭염의 기세가 전국을 뒤덮었던 여름도 어느덧 끝이 보인다. 낮에는 여전히 더위와 싸워야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곧 가을이 올 것이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즐거워야 할 이 시점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단독으로 입수한 공주대학교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5회에 걸쳐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대하는 관점’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과정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래픽 최진모 기자)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과정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래픽 최진모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듣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와 국가기후환경회의 등은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국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환경 정책은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 앞에 설 수밖에 없고 미세먼지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공주대학교가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2019년 상반기 국민 미세먼지 인식조사(이하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5.8%가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응답자도 34.0%나 됐다.

반면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능력은 있으나 의지가 없다'는 응답은 12.6%였다.

인식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미세먼지의 복잡성과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고려할 때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보고서 해석에 따르면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다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이 2가지 평가는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2가지 평가를 합하면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무려 80%나 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의지가 없다’고 평가한 응답자도 약 절반인 46.6%였다”며 “이는 현 정부가 꼭 기억해야 할 평가결과로 이런 평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이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그룹’은 주로 ‘의지가 있으나 능력이 없다(54.2%)’고 평가한 반면, 보수적인 그룹은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45.8%)’고 평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가 ‘중국발이라고 생각하는 그룹(49.6%)’은 ‘그렇지 않은 그룹(37.6%)’에 비해 ‘현 정부가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의지가 없다는 평가보다 능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은 것일 수 있다”며 “의지가 없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러면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정부에 대한 분노감으로 바뀌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식조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 추진 10단계’ (자료 공주대학교 제공)
이번 인식조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 추진 10단계’ (자료 공주대학교 제공)

◇ 섣부른 정책 발표 자제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가 복잡해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심리적 흐름은 일단 피해를 줄이는 단기 대책은 마련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과학적 연구에 따라 근본원인을 줄이는 체계적인 대응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우선적 요구 사항’을 묻는 질문에 과반수인 63.9%의 응답자가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을 줄이는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특히 여성들은 피해예방을 위한 신속한 대응과 중장기적인 대책을 강조하는 반면, 남성은 대응 실패에 대한 사과와 어려움에 대한 인정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번 인식조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정책 추진 10단계’를 제시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감정에 깊은 공감 표시 △환경약자에 대한 우선적 안전 지원정책 △미디어에 노출된 중국발 미세먼지 정보 확인 △안전안내문자 형식 변경 △온라인과 미세먼지 대응정책 코너 연결 등이다.

이밖에 △환경재난을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과 구별해 법개정 △맞춤형 환경교육 및 홍보 실시 △중장기적이고 강력한 대책 수립·제시 △중국과 공동 저감대책 수립·추진 △대응정책은 중국, 공공시설과 산업체, 시민참여 순으로 실행 등이다.

보고서는 “국민들은 미세먼지 문제의 복잡성과 해결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어 섣부른 정책발표를 자제해야 한다”며 “확실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세먼지 인식에 있어 지역, 성별, 연령별, 정치성향, 분노감 여부, 중국발 원인 여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 교육·홍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재영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공동연구원들이 ㈜리서치뱅크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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