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개뿔!] 공유자전거가 '공유지의 비극'을 면하려면
[환경?개뿔!] 공유자전거가 '공유지의 비극'을 면하려면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8.11 04: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한국의 2%대 저성장 국면에서 연간 300% 이상 성장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에서 가장 핫한 공유자전거입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출시 4년 만에 누적 대여건수 2235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명실상부한 서울 시민의 편리한 발입니다. 올해 시장에 진입한 ‘모바이크’, ‘고고씽’, ‘카카오 T 바이크’ 등 민간 플랫폼의 가파른 성장세도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모든 공유자전거가 따릉이처럼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공공자전거 ‘피프틴’은 분실로 인해 무너진 경우입니다. 연간 100대꼴로 자전거가 없어졌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내년 5월에 법인이 청산됩니다. 

부산의 오포(ofo)자전거는 길거리에 방치된 채 오고가는 시민들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했습니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플랫폼인 오포자전거는 지난해 1월 3000여대 규모로 국내에 진출했지만, 그해 10월 본사의 경영난으로 철수하면서 채 회수되지 못한 500여대가 지금도 도시 곳곳에 떠돌고 있습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이 빗발치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오포자전거에 있고, 처리 공간도 부족해 시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공유자전거는 소수의 성공사례를 제외하면 친환경 이동수단의 취지가 무색하게 자전거 폐기물과 고객 보증금 먹튀 논란에 얼룩져 있습니다. 잇따른 자전거 도난·훼손에 업체들이 유지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조차 수리 건수가 매년 폭증해 작년에만 5만9571건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의 2만8886건에서 두 배로 부쩍 뛴 것입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을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공유자전거 사업이 서비스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 소비자에 의해 고갈되는 자원이 더 많다면, ‘건강하고 편리한 발’로서 시민들과 이로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파산위기에 놓인 중국의 오포자전거. 중국 현지에서 공급과잉으로 쓰레기가 된 오포자전거를 처리하고 있다.(BBC 화면 캡처) 2019.8.10/그린포스트코리아
파산위기에 놓인 중국의 오포자전거. 중국 현지에서 공급과잉으로 쓰레기가 된 오포자전거를 처리하고 있다.(BBC 화면 캡처) 2019.8.11/그린포스트코리아

단속을 강화해 도난·훼손에 대응하라는 요구도 나오지만 무인대여 시스템의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블랙박스를 달면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수천대의 자전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지 않는 이상 범인을 적발한들 잡을 방법이 요원합니다. 

공유자전거는 어쩌다 시민들에게 만만한 대상이 된 걸까요? 사실 서비스 자체에 약점이 있습니다. 공유자전거는 이용 빈도가 주기적이지 않고 관여도가 낮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자전거에 관심이 많고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전거를 애용할 테니까요.

아울러 주행 후 처리가 쉬워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내 것을 주차할 때 들여야 하는 수고’가 없다는 편의가 뚜렷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업체들이 최대한 많은 공공장소에 거치대를 확보하거나 ‘고고씽’ 공유자전거처럼 거치대 없이 어디서나 주차하는 모델을 사용하는 까닭입니다.

이 같은 사실들은 공유자전거에게 적지 않은 딜레마를 줍니다. 현재 1시간에 1000원 꼴인 자전거 이용료를 올리면 자전거 품질 관리에 더 투자할 수 있고, 불성실한 이용자를 배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저렴하고 편하게 탄다’는 사업 컨셉이 무너집니다.

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리하기에는 ‘어디서나 쉽게 탈 수 있다’는 접근성이 약화됩니다. 업체 입장에선 많이 고장 나더라도 최대한 노출시켜서 이용자를 더 확보하는 쪽이 수지가 맞을 겁니다.

서비스 품질이 사용자의 도덕성에 좌우되는 공유자전거의 현실에서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처럼 소중히 써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사실 사용자가 불성실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이용이 일회성이고 브랜드와 다시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관계가 없으니 상대방 입장은 어떻든 나만 좋으면 되는 것입니다.

경영학자들이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이 우리 회사에 호감을 갖고 꾸준히 협조적인 소비자 행동을 보인다면 돈 안들이고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T 바이크 어플의 화면.(카카오 T 바이크 화면 캡쳐) 2019.8.10/그린포스트코리아
카카오 T 바이크 어플의 화면.(카카오 T 바이크 화면 캡쳐) 2019.8.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출시한 카카오 T 바이크의 영리한 마케팅이 눈길을 끕니다. 전 국민이 호감을 갖는 카카오프렌즈로 자전거를 도색해 같은 자전거라도 체감 상 함부로 대하기 어렵습니다. 전용 어플에는 이용 횟수와 고객과의 관계를 결부시킨 안내 멘트로 고객을 맞습니다.

서울시 따릉이 어플에선 고객이 따릉이로 주행한 거리와 소모된 칼로리를 알려줍니다. 고고씽은 환경적 가치도 감안해 경유차 대신 공유자전거로 주행한 거리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해 보여줍니다.

사용자는 어플에 나온 기록을 본인 SNS에 올려 ‘내가 이만큼 운동했다’고 지인들에게 인증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모습입니다. 양심과 시민의식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달리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우리 사회는 모든 개인이 최대의 사익을 추구하면 공익이 훼손되는 ‘공유지의 비극’에 그동안 끊임없이 직면해 왔고 또 하나씩 극복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은 공유경제 체제는 낯선 영역이지만 상당한 편익을 제공함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보다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을 통해 공유경제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길 기대해봅니다.

silentrock91@greenpost.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