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BK 홍보 아닙니다. 앱 꼭 까시기를..."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고등학교 교장선생님도, 대기업 사장 사모님도 당한 일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 당했거나 당할 뻔(?) 했던 일이 있습니다.

많은 보도를 접하면서 "아이구, 미련하게시리..." 하고 혀를 차다가도 "저 사람도 바보는 아닐텐데, 그렇다면 나도?"하고 갸우뚱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보이스 피싱입니다. 얼마전까지 개그 프로의 유명 코너이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진화에 진화를 거듭, 전처럼 이북 말씨를 쓰는 것도 아니고, 당국이 보여주는 녹취를 보면 "야! 프로도 상당한 프로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입니다.

한번 날라간 돈을 다시 찾는다?  제 생각엔 가능성 거의 '0' 입니다.

흔한 말로 도로 찾는 게 가능할 정도의 선수들이라면 그 바닥에 뛰어들지도 않았겠지요.

IBK 기업은행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차단 AI 앱 'IBK 피싱스톱'을 개발, 시범운영을 끝내고 오늘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휴대폰에 앱을 깔아두기만 하면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 보이스피싱인지를 가려내 '경고'하는 것이 핵심내용입니다.

"서울 중앙지검입니다.선생님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앱이 활성화, '이상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경고음성'이나 '진동알림'을 해주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 3월부터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결과를 보면 7만4000여건의 통화를 분석, 339건의 의심전화를 잡아냈다고 합니다.

30억원 정도의 피해를 막았다 하는데 가려낼 수 있는 확률은 약 80% 정도로 분석 결과까지 책임지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IBK 피싱스톱' 앱은 기업은행 고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은행측 설명입니다.

또 스팸 차단 앱인 '후후'를 업데이트만 해도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네요.

잠수함이 발명돼 바다의 강자로 나서자 구축함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는 것이 인류입니다.

하긴, 이런 앱이 나왔으니 이를 뚫을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어디에선가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미 연구에 들어갔지 싶습니다.

 

 

O..."자문과 계산은 다른 것인데 과연 바둑만큼 잘 하려나?"

 

 

 

3년전인 2016년,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 집중됐습니다.

75억 지구촌 인류를 대표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5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9단은 5전 전승 또는 4승1패를 웃으며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시듯 1승 4패로 졌습니다. 다 끝나고 나서는 "한 번 이긴 것도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바둑의 오묘한 진리를 AI가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수천만 아니 수 억의 기보와 대응수를 기억하는 알파고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전율에 가까운 그런 기분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야 했고 AI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는 29일 변호사와 법률 인공지능(Legal AI)이 법률자문 능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리게 됨에 따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AI가 법률서비스 영역에서도 과연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Legal AI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갖는 제1회 법률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대회가 열린다네요.

변호사들로만 이뤄진 변호사팀과 변호사와 AI로 이뤄진 Legal AI팀이 각종 계약서 검토자문 능력을 겨루게 되는데 주최 측이 준비한 근로계약과 비밀유지계약 내용을 분석, 문제점을 추론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자문 및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출전은 2인 1조로 구성된 변호사 8개 팀과 변호사와 AI로 구성된 Legal AI팀 2개 팀입니다.

극내 대형 로펌에서  상용화를 앞둔 이 AI는 실무에서 사용되는 계약서를 업로드 하면 10초 이내에 계약 내용의 문제점과 누락된 사항을 그 근거와 함께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답니다.

여기에 더해 당사자에게 맞춤형 계약서까지 추천하는 기능까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AI가 신속성은 물론 정확도에서 인간을 훨씬 앞서는 것으로 결론 나면 법률서비스 분야에서 AI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인만큼 파장은 만만치않을 전망입니다.

그런가하면 전문자격이 없는 AI가 특정 자격이 필요한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 위반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바둑의 대가를 흔히 신산(神算) 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수(手)를 잘 산(算)해야 이기는 것이니까요. 

바둑과 법률자문이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여하간 결과가 자못 궁금합니다.

그런데 무언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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