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우리가 ‘환경보호’ 이야기를 할 때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기업의 ‘친환경 경영’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생활 속 환경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너무 당연하고 중요한 말이다.

‘재활용을 제대로 하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 우리가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고 이미 생활화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불편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적극성을 보여야만 가능한 ‘1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텀블러(머그컵 등 각종 다회용기도 해당)와 에코백 사용하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국민환경의식조사’ 발표에 따르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71.5%의 국민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고 답했으며 그 중 대부분의 국민이 ‘마트나 시장 방문시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가지고 간다’고 답했다. ‘커피 전문점 방문시 1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컵·텀블러를 이용한다’도 55.1%나 됐다.

문제는 환경보호 실천의 상징과도 같은 이 텀블러와 에코백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환경보호를 내걸고 다양한 텀블러 세트와 너무나도 갖고 싶은 에코백을 정말 많이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상술에 넘어가기 쉬운 일반 대중들은 다양한 텀블러와 에코백을 집에 몇 개씩 구비하고 있다. 아예 종류별로 모으는 수집가도 대거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는 이유는 1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텀블러와 에코백 하나를 정말 오래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의 경우 여러 개의 텀블러를 구매하거나 텀블러 구매 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텀블러를 생산할 때 1회용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텀블러 사용으로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누리려면 유리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텀블러는 17회, 세라믹 텀블러는 39회 사용해야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에코백도 마찬가지. 종이봉투는 비닐봉투보다 3번 이상 사용돼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고 에코백은 비닐봉투보다 131번 이상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에코백의 경우 구비 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마트 등에서 가져온 비닐봉투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다가 재활용하는 것이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올 정도다.

결국 텀블러든 에코백이든 하나를 구비해 오랜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텀블러와 에코백을 구비하고 심지어 수집까지 하면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 방치한다면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것들을 처분하는 순간까지 생각하면 더 심각하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을 빙자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환경단체 등이 각종 캠페인이나 행사 등에서 ‘1회용품을 쓰지말자’며 마구 남발하는 텀블러와 에코백 기념품도 자제해야 한다. 본인도 환경 행사장에서 받은 것들 포함해 꽤 많은 텀블러와 에코백을 집에 구비하고 있다. 반성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집에 있는 텀블러와 에코백이 각각 몇 개인지 한번 세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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