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콘 무대에 오른 마동석(왼쪽)과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들고 나온 팔콘 역의 앤소니 맥키(오른쪽). (마블 인스타그램캡처) 2019.8.3/그린포스트코리아
코믹콘 무대에 오른 마동석(왼쪽)과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들고 나온 팔콘 역의 앤소니 맥키(오른쪽). (마블 인스타그램캡처) 2019.8.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페이즈3를 마무리한 마블은 최근 향후 계획을 내놨다. 면면을 살펴보면 마블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이 엿보인다.

마블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코믹콘을 개최하고 차기작 개봉 일정과 주요 캐릭터 캐스팅을 발표했다. 한국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렸다. ‘이터널스’의 히어로 길가메시 역에 캐스팅된 마동석이다. 마동석이 테나 역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무대에 선 사진은 여러 언론에 실렸다. 

이날 발표된 ‘이터널스’ 캐스팅 배우 명단을 보면 백인이 아니거나 여성인 배우 비율이 높은 점이 눈에 띈다. 8명 가운데 백인 남성은 이카리스 역에 캐스팅된 리차드 메인 한 명 뿐이다. 길가메시 역의 마동석은 한국인, 킹고 역의 쿠마일 난지아니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에이작 역의 셀마 헤이엑은 멕시코 출신 여배우다. 파스토스 역의 브라이언 헨리, 마카리 역의 여배우 로런 린들로프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백인이 아니다. 로런 린들로프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도 하다.

또 오는 2021년 2월 개봉하는 ‘샹치’의 주인공 샹치 역에는 중국에서 태어난 시무 리우가 맡는다. 어벤저스의 주요 멤버 가운데 한 명인 토르 캐릭터는 제인 포스터 역의 나탈리 포트만이 이어받으며 ‘레이디 토르’로 성별이 바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토르: 라그라노크’에서 사이드킥으로 나왔던 발키리가 성소수자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닥터스트레인지, 앤트맨, 윈터솔저, 호크아이, 스파이더맨, 스타로드, 로키 등 페이즈3까지 극을 이끌어온 어벤저스 캐릭터 대부분이 이성애자 백인 남성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까지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서는 여성인 블랙위도우·캡틴마블·스칼렛 위치, 흑인인 블랙팬서·워머신·팔콘을 제외하면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란 공식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를 찾기 어려웠다.

‘어벤저스:엔드게임’ 마지막 장면에서 팔콘이 어벤저스의 한 축인 캡틴 아메리카로부터 그의 상징과도 같은 방패를 건네받았다. 흑인인 2세대 캡틴아메리카의 등장을 예고한 셈이다. 마블이 페이즈4부터 폭넒은 배경과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를 선보이겠다고 암시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마블이 보다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 영화는 관객들이 자신을 히어로 캐릭터에 대입시켜보며 즐거움을 찾는 장르기 때문이다. 제3세계에서 자란 여성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 영웅으로 그려진 백인 남성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지난달 코믹콘 행사장에서 가진 MTV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어벤저스 팀은 지금까지 봤던 어벤저스와 매우 다를 것”이라며 "그들 중 일부는 이미 등장했고, 몇몇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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