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규 숭실대 교수·정훈의 UNIST 교수 연구팀 개발
뾰족한 구조체가 모세관현상 이용 피부에 약물 주입

배원규 숭실대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약물 전달 패치’(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배원규 숭실대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약물 전달 패치’(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주사기가 발명된 지 167년 만에 대체품이 세상에 나왔다. 빠른 침투 속도는 유지하면서도 거부감은 대폭 줄인 약물 주입 패치가 개발된 것이다. 독사 송곳니의 형태에 착안한 기구로,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했다.

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배원규 숭실대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은 피부에 붙이면 고분자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약물 전달 패치’를 개발했다.

약물 전달 패치는 1cm² 면적의 투명 패치에 0.2mm 굵기의 구조체 100여개를 박은 도장 형태로 설계됐다. 뾰족한 구조체 하나하나에는 오목한 형태의 홈(grove)이 미세하게 달려있어 약물을 흘려보내는 주사기 역할을 하게 된다.

약물 전달 패치에 달린 0.2mm 굵기의 구조체 모습.(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약물 전달 패치에 달린 0.2mm 굵기의 구조체 모습.(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패치를 피부에 부착하면 구조체가 피부를 찔러 무수한 틈을 생성하고 약물을 주입하게 된다. 구조체에는 모세관 현상을 응용해 주사기처럼 약물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도 5초 안에 자연스럽게 투입될 수 있게 했다. 모세관 현상이란 미세한 틈으로 액체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진은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주입 원리를 독사의 어금니구조에서 착안했다. 독사는 머리에 독을 짜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독니의 홈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맹독을 주입할 수 있다. 프랑스의 과학자 샤를 프라바즈가 1852년에 주사기를 개발할 때도 독사 송곳니(front fang)에 착안했다고 하니 인류의 의료기기 발전에 독사가 두 번이나 족적을 남긴 셈이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의약 업체와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화장품 회사에 기술을 이전해 제품화에 나선다.

배원규 교수는 “기존 주사기 장점을 살리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며 “160년 넘게 이어져 온 주사기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의 8월 1일 표지 논문으로도 개제됐다. 

숭실대 배원규 교수(앞)와 UNIST 정훈의 교수.(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숭실대 배원규 교수(앞)와 UNIST 정훈의 교수.(한국연구재단 제공) 2019.8.1/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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