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대기업 1곳과 측정대행업체 3곳 적발해 검찰로 송치
석포제련소 상무이사·측정업체 대표 1명은 이미 지난달 구속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대구·경북·경남지역 업체 임직원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대구·경북·경남지역 업체 임직원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지난 4월 광주·전남지역에 이어 이번에는 대구·경북·경남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한 혐의로 대기업 임원 및 측정대행업체 대표 등이 검찰로 넘겨졌다.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영포 석포제련소와 대구지역 측정대행업체 A, B, C업체 등 3곳을 적발, 임직원 7명을 기소의견으로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가운데 석포제련소 환경·안전 상무이사와 측정업체 대표 1명은 구속됐다.

이번에 적발된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측과 공모해 실제로 측정된 수치를 조작(수치 조작 유형)하거나 측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측정을 한 것처럼 조작(측정 가장 유형)하는 방법으로 2016년부터 3년간 1868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대구지역 측정대행업체 2곳으로부터 허위로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먼지와 황산화물 농도값을 배출허용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하게 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4차례에 걸쳐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농도를 스스로 측정해 결과를 기록·보존하고, 배출허용기준 초과 여부 등을 자율적으로 확인해 적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환경분야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배출업체는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오염물질 농도 측정을 위탁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측정수치 조작을 요구하거나 측정기록부를 거짓, 허위로 발급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적발된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 A와 B에 자가측정을 위탁했는데, 조작된 값을 측정기록부에 기록해 발급하게 하고 실제로 측정한 값을 별도로 기록해 이중으로 자료를 관리해오면서 단속에 대비해 수시로 관련 자료를 파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측정치 조작을 요구해 발급받은 측정기록부 1868부 중에서 실제로 측정한 값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 이내인 것처럼 276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급 발암물질이면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비소(As) 항목의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2ppm)의 19배를 초과한 39.362ppm임에도 불구하고 실측값보다 무려 1405배나 낮은 0.028ppm으로 측정치를 조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오염물질 배출치 조작 개요도.(자료 환경부 제공)
오염물질 배출치 조작 개요도.(자료 환경부 제공)

이밖에 석포제련소는 측정치 조작을 거부하거나 측정공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 측정대행업체에게 지불하는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방법으로 소위 ‘갑질’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포제련소 상무이사는 A측정대행업체 대표 등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수사에 대비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은 지난달 12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아울러 이번에 적발된 3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석포제련소를 포함해 대구·경북·경남지역에 위치한 911곳의 배출업체로부터 자가측정을 위탁받아 2016년부터 3년간 총 1만 8115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거짓으로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측정대행업체들은 조작한 수치에 맞도록 분석일지와 기록지 등 기초자료도 허위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금속 항목과 가스상 항목에 대해서는 농도를 이미 알고 있는 표준용액으로 가짜시료를 제작해 분석하는 등 허위 측정을 숨기려고 조직적으로 대비한 사실도 확인됐다.

A측정대행업체와 C측정대행업체의 대표는 측정인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과다하게 많은 자가측정을 위탁받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국가기술자격증을 차용하여 측정인력 명의만 등록해서 이용했고, 자격증을 대여한 인력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사돈 약 2억 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환경부는 허위측정과 관련된 측정대행업체와 배출업소에 대해 ‘환경분야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과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행정처분할 것을  지난 29일 대구광역시,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에 각각 의뢰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4월 광주·전남지역의 대기측정치 조작사건에 이어 대구·경북·경남지역에서도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사례가 드러남에 따라 향후 대기배출사업장 오염물질 측정조작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체계를 마련하고,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점검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류필무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대기측정치를 조작하는 행위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정책의 기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환경범죄”라며 ”앞으로도 대기측정치 조작에 대해 계속 수사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wook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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