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시장점유율 60% 업체가 바꾸면 공병 회수 네트워크 무너져"
하이트진로 "진로 소주 전체 소주 판매량 1~2% 수준… 지역별로 수거"

하이트진로가 최근 출시한 진로 소주의 공병 재사용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캡처) 2019.7.24/그린포스트코리아
하이트진로가 최근 출시한 진로 소주의 공병 재사용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캡처) 2019.7.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하이트진로가 최근 과거 디자인을 살려 내놓은 '진로 소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 만은 아니다. 규격화된 초록색 소주병과 다른 모양의 진로 소주병을 초록색 소주병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는 24일 진로 소주병이 초록색 소주병보다 크기가 작고 높이가 낮은 등 모양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했던대로 플라스틱 상자를 사용해 수거할 수 있으며, 다른 회사와 함께 재사용을 할 수 없을 뿐 자체적으로 재사용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3일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환경단체들이 진로 소주병은 사이즈와 색깔 등이 초록색 소주병과 달라 공동수거가 어려워 빈병 공동 재사용 인프라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 소주를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에 나가있는 물량의 회수율이 아직 떨어지긴 하지만 수순대로 절차를 밟으면 초록색 소주병처럼 재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등 7개 소주업체는 지난 2009년 환경부와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고 같은 규격의 소주병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듬해에는 2009년 자발적 협약에 불참했던 금복주, 무학, 보해양조 등도 참여하며 총 10개 소주업체가 동참하고 있다. 다만, 자발적 협약이라 강제조항은 없다.

환경단체측은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소주업체들이 각기 다른 소주병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공동사용으로 발생하는 규모 경제의 이익이 저해되는 데다 쓰레기 문제도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60%가량의 시장점유율 지닌 하이트진로가 초록색 소주병과 다른 소주병을 사용하면 나머지 40% 업체들은 재사용을 위한 공병 회수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해야 하고 소주병도 재생산해야 해 물류비 등 생산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진로 소주를 잘 마시지 않는 지방에 가면 얼마나 회수해서 재사용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하이트진로는 앞선 우려가 아니냐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 소주의 판매량은 현재 국내 전체 소주 판매량의 1~2% 수준으로 재사용 규모의 경제를 무너뜨리긴 힘들다”며 “또 새로운 병을 제작하는 것보다 공병을 재사용하는 쪽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지역별로 수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인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은 협약을 잘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소주병 공동 재사용을 확대해 공동으로 환경문제에 책임지고 가격도 안정화하기로 했던 협약의 취지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2003년께 하이트진로가 맥주병 재질을 페트로 바꾸면서 수거해서 재사용하겠다고 했으나 잘 안 됐다”며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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