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가재난이 된 폭염..."도시계획 통한 통합시스템 필요"
이제는 국가재난이 된 폭염..."도시계획 통한 통합시스템 필요"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7.23 20: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상청 중심으로 범부처 대응 시스템 구축
보건·축산·농업·교통·산업·전력 등 방침 제공
기상청(청장 김종석)이 23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개최한 폭염 학술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7.23/그린포스트코리아
기상청(청장 김종석)이 23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개최한 폭염 학술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7.2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정부가 국가 재난으로 발전한 폭염 문제에 대응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행동 요령 등을 제공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지역, 취약성 등에 따른 '폭염 영향 예보'를 통해 실질적인 예보로 나아갈 방침이다.  

기상청(청장 김종석)은 23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국립기상과학원, 폭염연구센터와 함께 폭염의 원인과 대책관련 심층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변화하는 기후와 폭염, 원인과 대응책은?'이라는 주제로 열려 한·중·일 폭염 전문가 및 학계·언론계·방재 관계기관의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1부에서는 조니 챈 홍콩시립대 교수가 ‘중국 폭염의 특징과 미래전망’, 마사히로 와타나베 동경대 교수가 ‘지구온난화와 폭염의 상관성’을 주제로 글로벌 기후변화 현황과 원인에 대해 강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국내 폭염 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 안영인 SBS 기자, 소철환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과장, 손석우 서울대 교수, 박영연 기상청 영향예보추진팀장, 차동현 UNIST 교수, 정주철 부산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선진화된 폭염 예보 전략 등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했다.

◇ 단순 날씨 정보 제공을 넘어서 폭염 영향 예보까지

국내 폭염 정책에 대한 토론회 장면.(이재형 기자) 2019.7.23/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폭염 정책에 대한 토론회 장면.(이재형 기자) 2019.7.23/그린포스트코리아

작년 8월 낮 최고기온이 서울 39.6℃, 홍천 41.0℃까지 오르는 등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폭염일수는 31.5일로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 재난에 4500여명이 온열질환에 시달리고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기상청은 앞으로 ‘폭염영향예보’를 강화해 영향 분야별 위험수준과 대응 요령을 제공할 계획이다. 날로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단순 날씨, 기온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폭염영향예보는 관심·주의·경고·위험의 4단계로 분류해 국민들에게 △지역 △취약성 △노출정도 등에 따른 맞춤형 무더위 대응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령 같은 기온이라도 고령자,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게는 일반인보다 민감하게 대응할 것을 제시하는 식이다.

예보 분야는 보건·축산·농업·교통·산업·전력 등이다. 분야별로 △온열질환 피해 △농작물의 생육장애, 햇볕데임 △집단폐사, 산유량 감소 △도로포장변형, 레일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열차 서행 등 항목에 대해 현재 우려되는 피해 정도와 권장 행동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분야별 구체적인 정보는 산업자원통상부·행정안전부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제공할 방침이다.

지자체는 기상청의 폭염영향예보를 받아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문자메시지로 전달하게 된다. 또 기상청 모바일 웹과 날씨누리 웹페이지 등 정보 플랫폼을 활용해 접근성을 높인다. 

유관기관들은 보다 세밀하고 입체적인 폭염 영향예보를 위해 범부처간 협력을 강화한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빅데이터 DB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해위험성에 따른 매핑(Mapping)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폭염 단일 문제를 넘어 파생하는 정전, 가뭄, 감염병, 농작물 피해, 철도‧교통 마비 등 문제까지 발을 넓힌다. 폭염 전략의 패러다임이 포괄적 위험관리로 확장되는 것이다. 

◇ 도시계획부터 폭염 문제 고려하는 사전 정책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폭염대응이 단지 날씨 예보와 온열 질환 대응 정보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을 통해 열섬현상을 저감하는 정책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련한 폭염대책은 아직 사후 대응에 머물고 있다. 부처별로 △폭염 현장 점검 리스트 개발 및 국민행동요령 홍보(행정안전부) △독거노인‧노숙인‧쪽방주민 등 취약계층 보호(보건복지부) △아스팔트 융기 등 도로피해 모니터링(국토교통부) 등 주로 폭염 발생시 온열질환에 대비한 국민 건강관리나 시설물 관리에 정책이 집중된 모습이다.  

또 지자체에서는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지원 법제화(대구광역시) △무더위 쉼터 운영 및 특보 문자 서비스, 응급 진료‧구급 체계 구축(부산광역시) 등 폭염 정보 전달 및 피서 시설 구축 정책이 많았다. 서울시만 예외적으로 도시기본계획에 열섬 저감 방안을 고려하는 등 범 도시적‧사전적 폭염 대응까지 나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주철 교수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실제로 도시계획에 기후를 반영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역별 폭염 취약성 평가를 실시해 취약지역에 집중적으로 녹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독일은 2012년부터 바람길 정보 등을 반영한 도시기후지도를 작성해 도시 개발자들이 건축시 지역별 통풍 여건을 고려해 설계하고 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는 “도시계획 때 홍수, 지진을 고려해 설계하듯이 폭염도 반영해야 한다”면서 “2018년부터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분류된 만큼 도시계획을 통해 폭염 예방-준비-복구-대응의 통합적 폭염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ilentrock91@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