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등 총 34명
환경부 서기관, 업체서 뇌물 받고 내부자료 제공 혐의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뉴스핌 제공)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뉴스핌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1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지 8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흡입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개발·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는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의 전·현직 임직원 등 34명(8명 구속기소·26명 불구속기소)을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 가운데는 전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씨(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환경부 서기관 최모씨(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지난달 불구속기소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 6곳의 관계자들을 각각 재판에 넘긴 바 있다.

SK케미칼, 애경 등 업체들은 각각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또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인명피해를 유발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정부부처 조사 및 수사·소송, 언론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학교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지난 2017년부터 애경측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뒤 국정감사 자료 등 각종 내부 자료들을 업체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애경측에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라고도 전달한 혐의도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같은해 11월까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세퓨 등 업체 대표와 임직원, 기타 관련자 21명을 업무상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PHMG 등 원료로 제조한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 가능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졌던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오모 전 세퓨 대표는 각각 징역 6년형과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는 금고 3년,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은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존 리 전 옥시 대표는 무죄였다.

이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지난해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의 전·현직 임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들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인체에 유독한 CMIT 및 MIT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개발하고 제품을 제조·판매해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1월 고발인 조사와 함께 SK케미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수사 과정에서 과거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 연구 노트 등을 확보해 가습기 살균제 최초 개발 단계서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향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을 전담하는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wook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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