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20일 사무실이 즐비한 서울 중구 거리 한켠에 마련된 한 흡연부스 현장. ‘흡연시설 밖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는 경고 문구가 무색하게 담배꽁초가 주변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습니다. 일대 보도블럭은 담뱃재에 검게 물들어 발걸음을 내딛기가 꺼려집니다. 

현대환경건강리포트저널에 따르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4조5000억개비에 달합니다. 국내 460억개비, 서울에만 87억개비라고 하네요.

담배꽁초가 이렇게 많이 쏟아지면 이제는 미관상 안 좋은 정도에 그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담배꽁초에 담긴 발암물질 50여종과 화학물질 7000여종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성 물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빗물이나 대기를 타고 고스란히 지하수와 하천으로 유입되고 결국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담배꽁초 때문에 하수도관이 막힌 사례도 있으니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관리 차원에서도 해악이 큽니다.

(이재형) 그린포스트코리아
20일 서울 중구의 한 흡연 부스 일대.(이재형 기자) 2019.7.20/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에서는 금연거리를 조성하고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등 금연 정책을 펴고 있지만 ‘꽁초거리’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흡연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도권에서 실내 흡연을 일방적으로 금지만하고 적절한 장소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과 공중이용시설에선 실내 전체가 금연구역이며 흡연실도 없습니다. 어렵게 건물 밖으로 나서도 꽁초 수거함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휴대용 재떨이가 있지만 불편한 탓에 사용률은 22.5%에 불과합니다. 적당한 곳에서 피우고 꽁초는 대충 처리하는 배경입니다. 

흡연부스는 1000만 인구의 서울시 전역에서 겨우 43곳뿐입니다. 또 사람들이 붐비다보니 부스 옆에서 피우고 꽁초는 아무렇게나 던져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두 사람이 꽁초를 버리기 시작하면 옆 사람도 따라 버리면서 일대가 지저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날 부스 옆에서 흡연하던 한 행인은 말했습니다.

“일하면서 생긴 답답함을 흡연하면서 한숨 돌리는 건데 요즘 같이 무더운 여름철에 4면이 폐쇄된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지금도 부스에 사람이 없지만 공기도 쐴 겸 밖에서 피우고 있어요.”

하지만 보건당국의 정책방향은 이런 흡연자의 바람에서 더 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5월 금연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실내 금연구역을 2021년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에, 2023년에는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모든 실내흡연실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금보다 흡연할 여건이 더 좁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외 흡연구역에 대한 지원 계획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대안 없이 실외로 내보내면 흡연자가 줄기보단 거리의 꽁초만 늘어날 공산이 큽니다. 단지 흡연자의 양심과 과태료에 기대 거리 환경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캐나다 벤쿠버시는 2012년 110개의 꽁초수거함을 설치해 당시 담배꽁초 무단투기율이 약 99% 감소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현재 벤쿠버시에는 2800여개의 꽁초수거함이 설치돼 매년 약 1000만개비의 꽁초를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 캐나다베이에서는 작년에 꽁초수거함을 도입한지 3개월 만에 길거리 꽁초가 약 87%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흡연구역을 확충해 거리 환경을 대폭 개선한 사례들입니다.

단지 흡연자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건물 밖으로 내몰면 쾌적한 환경이 열릴까요? 삭막한 도심 속 5분의 여유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흡연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공해보면 어떨까요. 보다 융통성 있는 정책을 통해 꽁초 없는 거리가 많아지길 꿈꿔봅니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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