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환경운동연합, 고산천 주변 3곳서 15개체 확인
정보 부족으로 아직 '생태교란 외래종' 미지정 상태

일본과 중국 등 같은 동아시아에서도 논이나 농수로 어디에서나 미국가재를 볼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외래종이 돼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일본과 중국 등 같은 동아시아에서도 논이나 농수로 어디에서나 미국가재를 볼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외래종이 돼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올해 2월과 6월에 만경강 고산천 주변에서 세계 100대 악성 외래종인 '미국가재'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만경강에서 미국가재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체를 확인한 곳은 ‘대간선수로’와 ‘백현지 주변 논둑’, ‘봉동읍 율소제’ 등 3곳이다. 대간선수로는 만경강에서 물을 내려 보내는 큰 수로이며 백현지, 율소제는 본류로 합류하는 만경강 지류이기 때문에 본류권으로 확산이 우려된다.

만경강 지류에 서식하는 미국가재가 본류까지 올라오게 되면 완주군뿐만 아니라 전주시, 익산시도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시민들의 힘으로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전주천’의 경우 미국가재가 출몰하게 되면 생태계 복원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원산지인 미국가재는 하천과 농수로, 저수지, 논에서 주로 서식한다. 먹이는 동물 사체부터 물고기, 수서곤충, 수생식물까지 가리는 게 없는 잡식성이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생존력이 강하다. 또한 강바닥, 저수지, 논둑 등지에 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물을 탁하게 하며 침전물 영양염류에 변화(녹조의 원인)를 일으킨다.

만경강에서 미국가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체를 확인한 곳은 ‘대간선수로’와 ‘백현지 주변 논둑’, ‘봉동읍 율소제’ 3곳이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만경강에서 미국가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체를 확인한 곳은 ‘대간선수로’와 ‘백현지 주변 논둑’, ‘봉동읍 율소제’ 3곳이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무엇보다 미국가재의 굴을 파는 습성인 굴착행동은 제방 및 관개 시스템에 영향을 줘 수분손실과 들판 손상 등을 초래해 농산물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성장·번식주기가 짧고 한 번에 100~500개의 알을 낳는 등 번식력이 왕성하고 토종 가재·새우류에 가재페스트(물곰팡이에 의한 감염)를 옮기며 토착생물들과 먹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 유럽연합(EU)은 지난 2016년 ‘위해를 끼치는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논이나 농수로에서 미국가재를 볼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외래종이 돼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가재 문제에서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1997년 9월 14일 용산가족공원에서 미국가재 여러 마리가 발견된 적이 있다. 2006년에도 용산가족공원에서 여러 마리가 잡힌 바 있으며 최근 만경강 외에도 영산강 지류인 나주 ‘지석천’과 ‘대초천’, ‘풍림저수지’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미국가재라는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배스와 달리 국내에 알려진 정보가 부족해 생태교란 외래종으로 지정(유해성 평가 1급에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미국가재는 일반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피해가 심각한 일본의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지금까지의 외래종들보다 우리 생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성이 충분한 상황인데 대책이 미흡하다”면서 “전북지방환경청에 만경강권 미국가재 서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밀한 조사와 방제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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