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말라는 뜻은 물론 아니겠지만..".

2001년 봄 그러니까 18년전에 나온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가 오늘 조간 신문 여러 곳에서 제목으로 인용됐습니다. 

많이 기억하시겠지만 교사로 분한 김광규가 삐딱한(?) 학생 장동건을 시계까지 풀어 가며 교실에서 두들겨 팰 때 나오는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입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상상도 못할 상황이지만 예전엔 어떻게 교사가 학생을, 그것도 교실에서 체벌이 아닌 사실상의 폭력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암울했던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비슷한 기억 또는 추억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7일 오늘부터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에게 아버지의 직업 등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정보를 요구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직무 수행과 관계없는 신체적 조건 등 개인 정보를 수집·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정 채용절차법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구직자 본인과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의 개인 정보를 채용 심사 자료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제출을 요구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이나 직업, 재산 등도 포함되는데 서류 제출도 안되고 면접에서 물어봐도 안되고 그렇답니다.

나랏일하는 분들이 많은 토론과 협의를 거쳐 내린 정책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경우와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두 인재가 있다 칩시다. 이들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은 사회적으로 같기가 참 어려울 것입니다.

이들을 데리고 일하는 상사나 선배가 이를 파악하고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까요. 업무능력도 능력이지만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인사'의 기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결혼을 해서 자녀가 둘 있어 가장의 책무를 늘 생각하는 사람과 아무 걱정없는 총각이 있을 때, 윗사람 입장에서 전자를 조금 배려하는 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연장선상에서 보면 학력(學歷)이나 출신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정이 좋지 않아 매사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일하려 드는 사람 말고는 기업이 조직원을,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잘 파악하고 있음은 중요하고 사실 직무수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나디.  

아주 간단하게 필기고사 쳐서 1등부터 커트라인 바로 위에서 잘라 최종합격자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면야  기업들이 자기네 필요한 사람을,재량껏 뽑겠다는데 정부가 너무 개입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이 요즘 하는 푸념이 있답니다. "우리 회사 사람 뽑는데 '소송 안 걸리는 면접 질문 리스트'가 있다고 하네요. 좀 구해줄 수 있어요?"

몇년 지나면 며느릿감, 사윗감에게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하고 물었다가 된통 혼나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O..."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한국 여자 수구 사상 공식경기 첫 골을 기록한 경다슬 선수
한국 여자 수구 사상 공식경기 첫 골을 기록한 경다슬 선수

제목의 글은 큰 교회가 있는 곳 주변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성경 구절입니다.

신자. 비신자를 가릴 것 없이 볼 때마다 절대자가 나를 격려하고 있구나 하는 벅찬 감정을 많이 불러일으키는 좋은 말이지요.

'물 속의 핸드볼', '물 속의 격투기'라고도 불린다는 수구(Water Polo) 이야기압니다.

구문(舊聞)이 됐습니다만 너무 장하고 대견하기에 한 번 더 정리합니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이 16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 러시아와의 경기를 가졌는데 4Q에 드디어 경다슬 선수가 첫 골을 터뜨렸습니다.

1-30으로 진 건 논외로 치고 여자 수구 사상 처음으로 공식경기에서 골을 집어 넣은 것입니다.

14일 헝가리와의 1차전에서는 물경(?) 0-64로 졌습니다. (0-16 0-18 0-16 0-14)

우리나라가 주최국이라 나가기도 했지만 지난달 4일 첫 훈련한 지 40여일만에 공식게임을 했으니 사실 말이 안되는 거지요.

그것도 전문 선수는 당연히 없고 중고생 경영(競泳)선수가 대부분이랍니다.

한 팀은 13명으로 구성되고 골 키퍼 포함 7명이 출전, 공격제한시간은 30초, 8분 4Q 경기... 간단한 수구의  개요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과 한 경기 치른 후 두번째 게임에서 실점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헝가리나 러시아나 다 강국이라네요.

다시한번 앞의 성경구절로 돌아갑니다.

1998년 박세리가 홀홀단신 미국으로 가 LPGA문을 두드리고 메이저를 2회 우승한 지 21년이 지난 오늘.

세리 키즈로 불리는 우리 여자 선수들의 LPGA 활약상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20년후 엄청 성장했을 한국여자수구대표팀을 기대해봅니다. 응원과 격려를 전합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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