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체제서 데이터 수집 불가...규제는 '갑론을박'
"국내 기업 연합해 외래 OTT 대항 해야" 의견도

(이재형 기자) 2019.7.16/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OTT 포럼’에서 16일 개최한 세미나 '국내 OTT산업 발전을 위한 진단과 전망'의 토론회 모습. (이재형 기자) 2019.7.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국내 OTT 시장이 이미 유튜브‧넷플릭스에 잠식됐으나 우수한 국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육성하면 아직 가능성 있습니다.”

‘한국 OTT 포럼’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을 기념하는 '한국의 OTT산업 발전을 위한 진단과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국내 OTT(Over The Top,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이 초청돼 시장 규제와 산업 생태계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가 사회를 보고, 패널에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실장,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 변상규 호서대 교수,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장, 이희주 콘텐츠연합플랫폼 본부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기업의 위기와 산업 육성이 절실함에 동의했으나 규제에 대한 시각은 서로 확연히 달랐다.

◇과학적 데이터 수집 위해 법제화 필요

곽동균 연구위원은 OTT 동영상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건설적인 정책이나 연구가 어려운 실정을 언급했다. 업계에 대한 이해가 모호하면 규제든 지원이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곽 연구위원은 “기존 정책을 평가하고 또 합리적인 정책을 생산하려면 업계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OTT에 대한 연구나 정책 입안은 추정치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얻으려면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OTT 동영상 사업이 부가통신사업자에 속하는 지금은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제화를 통해 OTT 동영상 사업자에게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할 근거를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국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 연구위원은 “유럽은 OTT 동영상 서비스를 국제적인 시장개방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WTO도 시청각 미디어 영역은 개방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미디어는 다른 재화와 달리 인간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부가통신사업은 국제적으로 개방영역이다. OTT가 계속 부가통신사업에 머물면 오히려 국내 OTT기업을 보호할 근거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규제는 사업자 국적에 따른 접근 필요

OTT 플랫폼 푹(Pooq)tv를 운영하며 업계에 종사해온 이희주 본부장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사업자간의 격차를 메꾸는 정책이 아니면 자국 기업만 더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인터넷은 국가간 경계가 없어 푹TV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외래종과 현격한 체급차를 감수하고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미 해외 기업이 국내시장을 잠식한 상태”라며 “지니, 멜론, 네이버도 유튜브에 밀리니 비단 동영상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미디어 전체의 심각한 위기”라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을 서구 열강이 침탈에 놓인 ‘구한말’에 비유했다.

이 본부장은 OTT 규제는 시장, 업종단위 보단 국가별 차등 적용해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영국‧프랑스도 국적별 규제로 미국 OTT 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데 한국만 서비스별 규제를 고수해 정작 해외 기업은 빠져나가고 국내 기업만 ‘모래주머니’ 규제에 옭아맨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끼리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플랫폼끼리 협력해 외래 OTT 플랫폼에 대항할 규모를 확보하고 콘텐츠 제작사와도 연계하자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푹TV도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손잡고 9월 통합법인을 출범하는데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면서 “국내 시장은 5G 통신망이 우수하고 콘텐츠 경쟁력이 우수해 자생할 환경이 된다. 그런데 오히려 국내 기업이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손잡는 경우가 많다. 자국의 산업 역량을 오히려 해외 기업 성장에 보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선욱 소장도 “국내 방송국 전체에서 1년 동안 드라마를 128개 제작했는데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에 700여개 작품을 올렸고 이중 국내에 맞춘 로컬 콘텐츠만 80여개에 달한다. 양적인 차이가 심하다”며 “국가적으로 자국 미디어가 위축되지는 않게 도와줘야 한다.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컴에선 자국 미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공영방송 등 자국 매체의 노출을 최대화하는 등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콘텐츠 아직 희망 있어... 플랫폼과 제작사간 연계 필요

유튜브, 넷플릭스이 국내시장을 잠식했으나 국내 신작 콘텐츠를 포섭하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OTT 플랫폼의 핵심 역량은 결국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지성욱 교수는 “OTT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체제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내부성으로 인해 선두 사업자가 콘텐츠 볼륨을 충분히 확보하면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잘 옮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규모를 선점한 상황에서 토종 OTT는 우수한 국내 콘텐츠와 독점계약 해 차별화‧다양성을 꾀해야 한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끊고 독자 서비스한 경우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희주 본부장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유튜브와 같은 우수한 OTT 플랫폼이지 유튜브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토종 OTT가 아직 약하지만 자국 콘텐츠가 우수해 서비스를 잘 가꾸면 국내 대항마를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의 고심에 정부도 규제가 아닌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ilentrock91@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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