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타운 런던에 있는 플러스사이즈 마네킹의 모습. (나이키 제공) 2019.7.14/그린포스트코리아
나이키타운 런던에 있는 플러스사이즈 마네킹의 모습. (나이키 제공) 2019.7.1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바라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명품 브랜드의 옷, 몸에 착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 통통한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당신'이었다. 명품 브랜드에서 쇼핑할 돈이 있어도 큰 사이즈가 없기 일쑤였다. 레깅스를 입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몸매는 하나같이 날씬했다.   

비키니 수영복처럼 레깅스는 날씬한 사람들이나 입는 옷이란 사회적 인식 탓에, 또 몸에 맞는 사이즈를 팔지 않기 때문에 통통한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은 제한적이었다. 통통한 사람들을 외면했던 패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이달 초 여성복 사이즈를 UK22까지 넓혔다. 가장 큰 사이즈가 XL(UK16)인 이탈리아 브랜드들, L(UK14)를 넘어서는 옷을 찾기 힘든 영국 브랜드들보다 더 다양한 몸매의 사람들이 돌체&가바나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광고 등에서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며 관능적 몸매의 여성을 자주 보여줬던 돌체앤가바나가 지녔던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돌체앤가바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모델로 통통한 체형을 지닌 애슐리 그레이엄(Ashley Graham), 테스 맥밀란(Tess McMillan) 등을 모델로 발탁해 런웨이에 올리며 다양한 체형을 지닌 여성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아름다움은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마음, 태도 그리고 용기에 문제”라며 “여성들이 지닌 모든 종류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나이키타운 런던의 여성제품 매장에는 지금까지 좀처럼 보기 힘든 마네킹이 자리를 잡았다. 허리가 잘록하지도, 팔뚝이 가늘지도 않은 이 여성마네킹은 검은색 레깅스에 스포츠브라 차림이다. 반바지와 민소매 운동복을 입은 또 다른 여성 마네킹은 육상선수 못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 보이는 허벅지 근육과 팔 근육을 지녔다.  

나이키는 “이곳은 소매점으로는 처음으로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나이키 플러스사이즈 마네킹 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스포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나이키는 지난 2017년 플러스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Palomar Elsesser), 인플루언서 그레이스 빅토리(Grace Victory)·다니엘 바니에( Danielle Vanier) 등과 손잡고 캠페인을 전개하며 XL~XXXL 사이즈의 여성복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는 플러스사이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패션·스포츠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0년 30% 수준이던 비만율이 오는 2030년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업체들은 발빠르게 플러스사이즈 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플러스 사이즈 컬렉션을 30개 소매점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100개 이상의 브랜드는 큰 사이즈 제품을 추가로 판매한다. 슈퍼마켓 체인 타겟도 오프라인 매장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의류를 추가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말 300개 점포에 배포했다.

아시아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비만인구 숫자가 미국과 비슷하지만 시장크기가 미국보다 현저히 작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Coresight)는 올해 48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플러스 사이즈 의류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110억달러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의류 시장 규모는 지난 214억 달러(2016년 기준)에 달한다.

플러스사이즈 의류를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하며 전체 시장 볼륨을 키우고 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무지 리시앙(Muzi Lixiang)은 9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억위안에 달한다. 지난해 개최된 12.12 타오바오 쇼핑 페스티벌에서 무지 리시앙이 진행한 겨울의류 패션쇼를 라이브로 시청한 사람은 5만명이 넘었다.

한국에서도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씨가 쇼핑몰 ‘66100’을 운영하는 등 이태원 큰옷가게 수준에서 머물던 플러스사이즈 의류 시장이 변화하는 중이다. ‘66100’에서는 통통한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콘텐츠도 찾아볼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수영복을 선보이는 페이지를 소개하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비키니 몸매를 갖는 법. 비키니를 산다, 비키니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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