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한 무더운 여름입니다. 카페에 들어가면 변화가 눈에 띕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테이크아웃컵 대신 다회용 머그컵이 놓인 테이블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습니다. 텀블러를 가져가면 할인을 해주는 커피전문점도 여럿입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대형마트에 갔을 때도 어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작년까지 매장 이곳저곳에 비치됐던 1회용 롤비닐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대형마트들이 롤비닐의 사용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카페 안에서 테이크아웃컵이 사라진 것도, 대형마트 안에 비치된 롤비닐이 줄어든 것도 환경부가 추진하는 비닐,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정책의 일환입니다. 롤비닐은 생선,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해서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야채·과일 매대 모습을 보니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형마트 야채 매대의 모습. 브로콜리를 제외한 파프리카, 시금치 등은 이미 비닐로 포장된 상태다. 2019.7.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에 있는 한 대형마트 야채 매대의 모습. 브로콜리를 제외한 파프리카, 시금치 등은 이미 비닐로 포장된 상태다. 2019.7.7/그린포스트코리아

 

충격이 가해진다고 해도 과즙이 줄줄 흐를 가능성이 적은 아보카도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습니다. 냄새나는 액체가 흐를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브로콜리는 롤비닐에 담으라는 듯이 롤비닐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파프리카, 시금치, 양상추는 이미 비닐봉지에 포장된 상태로 진열돼 있었습니다. 매대 옆에 설치된 롤비닐에게 만약 인격이 있다면 이보다 더 뻘쭘할 순간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보카도나 브로콜리, 파프리카, 시금치가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품목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생선 비린내, 고기 피냄새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악취가 나지도 않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해야 했는지 묻는 겁니다. 또 롤비닐이 아니면 브로콜리를 담을 수 없는 걸까요?

롤비닐을 쓰지 말자고 하니 롤비닐은 안 쓰며 '눈 가리고 아웅'할 게 아니라, 롤비닐 사용량을 줄이려는 정책이 지닌 취지가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뻘쭘'했을 롤비닐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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