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연남동 골목 안에 있는 쓰레기마트의 모습.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골목 안에 있는 쓰레기마트의 모습.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지구를 위한 올바른 행동”이란 주장을 되풀이해도 실제 사람들이 기대되는 행동을 하게 만들기는 힘들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으면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올라가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나왔다. ‘올바른 행동’을 한 이들에게 제공한 보상이다.

환경을 보호한 행동의 대가로 쇼핑을 하면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보상으로 내건 곳이 생겼다. 한국 코카콜라, 세계자연기금(WWF), 수퍼빈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하는 ‘쓰레기마트’다. 오는 9월 5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12시부터 9시까지 문을 연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한 ‘쓰레기마트’를 찾았다. 디저트가게, 카페, 와인바, 펍 등이 줄지어 들어선 골목길에선 연신 “여기 좀 봐봐 이게 뭐지”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매장 유리에 붙은 ‘쓰레기로 쇼핑하는 쓰레기마트’라는 문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네프론에 빈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네프론에 빈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안으로 들어가니 한쪽에 자리잡은 '네프론'이 눈에 띄었다. 겉모습이 자판기와 비슷한 네프론은 빈 캔이나 페트병을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기계다. 작업대에서 라벨과 뚜껑 등을 제거한 뒤 네프론에 페트병을 넣으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쓰레기마트 현장 스태프는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말에 방문하는 주민이 반, 지나가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반 정도 된다”며 “일요일에는 6시간동안 100여명이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프론을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뜸해 줬다.

네프론을 사용해보기 위해 일부러 쓰레기를 만들 필요는 없다. 쓰레기마트 안에서 비치된 쓰레기상식 테스트나 어지럽게 알파벳 중에서 영어단어 pet·can·recycle를 찾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직원이 빈 페트병을 준다. 쓰레기상식 테스트는 100점 만점에 40점만 넘기면 된다. 스태프는 “100점을 받은 사람도 많다”며 “40점 아래로 받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적립한 포인트로 뱃지, 에코백 등을 살 수 있다.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적립한 포인트로 뱃지, 에코백 등을 살 수 있다. 2019.7.3/그린포스트코리아

 
적립한 포인트로 부채, 에코백, 뱃지, 친환경 빨대 등를 구입할 수 있다. 친환경 식품랩, 종이 등받이의자 등 포인트가 아닌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상품도 있다. 포인트를 내야 하는 물건은 쓰레기마트의 자체 굿즈고, 돈으로 값을 치러야 하는 상품은 입점브랜드들의 제품이다.

현장 스태프는 “캔 두 개 혹은 페트병 세 개를 가져와 적립할 수 있는 30포인트로 구입 가능한 에코백이 잘 나간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화장품발명디자인을 공부한다는 한 대학생은 “방학을 맞아 친구랑 연남동에 놀러왔다가 ‘쓰레기로 쇼핑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봤다”며 “쓰레기를 가져오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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