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개편안, 요금 인상 아닌 정상화 과정”
정부 “한전 이사회 선언적 내용…인가 신청하면 검토”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한국전력이 지난 1일 누진제 개편안 시행과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2일 “한전 이사회에서 나온 선언적 내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전은 전날 공시에서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전이 7~8월 누진구간 확대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30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손실액을 보전할 대안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이해됐다. 정부와 한전이 일종의 합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의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한전 이사들은 손실보전 없이 여름철 전기료를 깎아주게 되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안인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키면 소액주주들이 제기하는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전날 한전의 발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제안해 의결한 내용일 뿐 산업부와 따로 협의를 한 바 없다”면서 “한전 이사회의 선언적 내용이라 검토할 사안도 아니고, 한전이 법적 인가 신청을 하면 그때부터 검토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폐지 가능성이 언급된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가구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당초 취약계층의 전기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와 달리 1인 고소득 가구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사장도 매달 전기요금 4000원을 보조받는다”며 “전기소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은 과감하게 (전기요금 개편을) 해야 한다”며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완화를 주장한 바 있다.

한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안을 가격 정상화 방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도하게 싼 가격에 전기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가격을 표준화하는 것으로 인상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평균 판매 단가가 109원 정도 되는데, 200kWh 이하로 쓰는 사람들은 그보다 낮은 93.3원이 적용되고 있다. 여기서 월 4000원이 할인되면 70원대로 쓰는 셈”이라면서 “필수사용량 공제 제도의 개선을 이루더라도 사회·정책적 배려 계층에 대해서는 제도가 유지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에너지가 제 값을 받는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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