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 열려
전문가들 "지자체·중앙정부 총체적 문제 노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상하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독고석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단국대 교수)가, 발제는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구자용 대한상하수도학회 부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이 각각 맡았다.

박 사무처장은 “이번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6월 초에는 아파트 단지에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공지가 계속 붙어 있을 정도로 인천시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인천시는 수돗물 사태 이후 민원에 대응하느라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어 “우선 상수도사업본부 조직쇄신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조직 내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전문가를 확보해야 하며 행정기관,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참여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에 따르면 상수도 사고 관련 대응체계를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초기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수질 적합 판정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대적인 노후화 수도관 교체도 중요하지만 침전물과 물때 제거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중앙 정부는 노후 상하수관 대안을 조속히 내놓고 관련 행정 정보의 공개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를 요약하자면 인천시가 수계 전환시 작업 매뉴얼을 위반했으며 사고 이후 수습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태 초기 인천시와 시민, 중앙 정부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실패했다고 판단된다.

염 이사장은 “인천시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부 등 중앙 정부의 감독과 조정기능 작동이 불능이었다”며 “이번 사태는 오히려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그 덕분에 늦었지만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이사장의 지적대로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에는 기본적으로 위기 대처 매뉴얼이 없었다. 인천시를 비롯해 환경부도 위기 매뉴얼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다.

특정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불만이 극대화되는 요인을 살펴보면 △비자발적인 노출 △불공평한 위험의 분배 △개인적인 예방행동으로 회피 곤란 △잘 알지 못하거나 이상한 것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위험 △어린이나 임산부 혹은 후대에 미치는 영향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는 위험 △리스크 관리자의 신뢰가 낮은 경우 △정보제공자들의 대처 미흡 등이 있다.

염 이사장은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에는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불만이 극대화되는 대표적인 요인들이 전부 포함돼 있다”며 “이렇게 허술한 대응과 정보 소통에 있어 실패한 사례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이어 “그동안 환경부가 인천시를 비난할 만큼 수돗물과 관련해 열심히 일했는지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적수사태가 산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도, 환경부는 여전히 서울시를 비롯해 관련 지자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으며 잘못하면 제2의 인천 수돗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토론회에서는 노후 수도관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과연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인지, 아니면 수도관 세척 등 다른 방안이 선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실제로 서울시가 추가경정예산 727억원을 편성해 영등포구 문래동 ‘탁한 수돗물(혼탁수)’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노후 상수도관 전면 교체에 나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시청에서 설명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상수도관 조기 교체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당초 2022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138㎞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긴급 추경예산을 편성해 올해 안에 모두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발표 이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과연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가 노후 수도관 교체로 정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재정자립도가 우수한 서울시의 과장된 행보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자용 대한상하수도학회 부회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구자용 대한상하수도학회 부회장(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마지막 발제를 맡은 구 부회장은 “내구연수는 물질을 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며 시설물로서 사용될 수 있는 년수 또는 그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의 기간일 뿐 20년, 30년 등의 기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노후관은 단순히 내구연수가 지난 관로(경년관)가 아닌 관로의 상태가 불량한 관로로써 정의가 필요하며 진단을 통해 적절한 관로 상태의 검토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이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소 지자체는 스스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상수도 시설 개량적기(골든타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 지원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구 부회장에 따르면 각 지자체의 수도사업본부는 종사 직원수 감소로 인한 전문성이 결여되고 관리의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 상수관 적정개량시기를 놓치면 노후화된 관로연장 누적 및 물가상승률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관로 개량비용이 증가한다. 노후 상수관로는 부식이 급속히 진행돼 파손위험이 커지며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유지관리비용 및 개량비용이 증가한다.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송철호 기자) 2019.6.27/그린포스트코리아

구 부회장은 또한 “장기적인 개량투자비 소요계획(향후 5년, 10년, 15년 등)을 만들어 적절한 비용의 사용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감가상각에 의한 자산가치 평가가 아닌 실제적인 개선·대체 비용을 적용해 의사결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에 따르면 결국 적절한 진단 결과를 활용해 잔존수명 및 내구연수를 판단해 상수관 개량계획 등의 유지관리 계획 수립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노후 상수관로 유지관리를 통한 수돗물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단·중·장기적 노후 상수관로 유지관리를 통한 국민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믿고 마실 수 있는 ‘명품 수돗물’ 공급이 절실한 시점이다.

발제 발표에 이어 이수진 너나들이 검암·검암맘 카페지기, 이두진 수자원공사 맑은물연구소 수석연구원, 최승일 고려대 교수, 김광용 인천시 기획조정실장, 한명실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서기관의 토론도 진행됐다.

song@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