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바라카 원전 입찰부터 성과 부풀리기에 열중
박근혜 정부 10년 운영지원계약도 ‘60년 운영권’ 포장
UAE 지식·노하우 생기면서 유리한 조건 취하려 노력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부가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정비사업계약이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 계약 예상 기간 10~15년은 5년, 수주액 규모 2조~3조원은 수천억원대로 낮아졌다. 한국 정부는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을 수주하면서 향후 60년간 2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출 효과는 21조원, 후속 효과는 72조원이 발생할 거라고 말해왔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Nawah)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와에너지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와 한국전력이 82 대 18 지분 비율로 설립한 합작 운영 법인이다.

나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는 장기 정비서비스계약(LTMSA), 두산중공업과는 정비서비스계약(MSA)을 체결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UAE 바라카원전 정비사업계약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UAE 바라카원전 정비사업계약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기대보다 쪼그라든 이번 계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APR1400)로 건설됐다는 이유로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한국이 바라카 원전에서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등을 맡는 장기정비계약(LTMA)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곧 이어져 왔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UAE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운영권을 60년간 맡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 홍보의 바탕이 된 계약은 운영지원계약(OSSA)이었다. 이 계약은 바라카 원전 4호기 준공 뒤 10년까지를 운영기간으로 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과 관련해 브리핑하면서 “당시 희망사항을 강력하게 표현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바라카 원전은 최초 수주과정부터 ‘60년 운영권’을 따냈다는 기대가 쏟아졌다. 2009년 12월 프랑스 아레바 등과 경합 끝에 건설 입찰에 성공한 당시 MB정부는 처음부터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200억달러 규모의 4개 원전 건설비용과 향후 60년간의 연료공급, 폐기물 처리 등 운영지원 명목 200억달러가 합쳐진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보와는 달리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한전KPS는 2015년부터 나와와 LTMA 협상을 끌어왔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단독수의계약을 따내지 못한 채 2017년 2월 계약이 종료됐다. 나와는 그해 6월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꾸고 영국 두산밥콕과 미국 얼라이드파워를 참여시키는 국제 경쟁입찰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약금액은 적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런 상황에 한국 원전 기업을 중심으로 이번에 2건의 계약이 이뤄지게 된 것은 원전 협력 분야의 큰 성과라고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UAE 입장에서는 원전이 엄청나게 큰 자산인 만큼 테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가 참여하길 바라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형 원자로라고 자만했지만, 원전 건설 과정에서 POSRV 밸브 문제나 계통 문제 등이 계속 불거져 UAE측이 신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POSRV는 원자로 가압기 상부에 설치돼 냉각장치의 압력이 설계압력보다 높아지는 것을 막는 밸브다. 한국 신고리 3·4호기에 도입된 뒤 문제가 줄을 이었다. 신고리 3호기의 POSRV에서 미세한 누설이 생겨 원자로를 수동정지했고, 4호기에서도 동작시험 과정에서 POSRV 주밸브의 미세한 누설이 발견됐다.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기종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겨 현지 규제기관의 운영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초 2016년말 연료를 장전해 이듬해 5월 준공할 예정이던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은 지난해 12월로 연기됐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1~4호기 격납건물 모두에서 공극이 발견되는 등 안전상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한병섭 원자력연구소장은 “UAE도 그동안 지식이 늘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운영권을 다 주기보다는 통제 아래에서 맡기겠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며 “한국이 일방적으로 싼값에 지어주는 고마운 대상이었지만, 원전 건설이 늦어지는 등 상황을 빚어지자 통제 가능한 상대로 바꾼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60년 운영권’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가 낙관적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최대의 결과치를 일반적인 수순인 것처럼 포장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프랑스 아레바와 경쟁 과정에서 건설비를 싸게 하고, 원전 운영으로 돈을 벌겠다던 애초 전략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주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제 영국 원전들은 가스냉각로임에도 가압경수로만 가진 프랑스가 전부 대리 운영해주는 사실만 봐도 바라카 원전 운영의 전부든 일부든 다른 나라가 가져가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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